[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극명한 대립 속에서 진행됐다. 금융감독 조직개편 논란으로 시작이 지연된 데 이어 본격 시작 후에도 여당은 홈플러스 사태 등 금융 현안에, 야당은 후보자 개인 신상에 집중하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질의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금융감독 조직개편 논란 속에서 파행으로 출발했다. 전날 정부·여당이 금융위원회 해체 등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을 논의한 사실을 두고 야당은 곧 없어질 조직인데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조직에 흡수될 조직의 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장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조직개편 논의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 후보자는 철거반장으로 온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준현 민주당 간사 등 여당 의원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잠시간의 정회를 선포했고 여야 간사를 통해 금융위 해체 여부와 관련한 대통령실 입장을 확인한 뒤에야 인사청문회를 재개했다.
전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를 해체한 뒤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하는 등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당국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5일 본회의에서 금융당국 조직개편 등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화된 청문회에서도 여야의 대립은 이어졌다. 이 후보자를 향한 질의 방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관련해 사모펀드 규제를 핵심 쟁점으로 부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남 아파트 투기 의혹 등 이 후보자의 개인적 신상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하고 2월에만 2000억원 넘는 전단채(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서 사기적 금융 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에서 제재를 안 하고 있으니까 국민연금도 MBK파트너스 같은 데에 계속 투자를 해야하는지 방침을 못 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은행에 낸 제안서를 보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유동화를 거쳐서 인수 자금을 감겠다는 표현을 반복했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며 "점포가 매각되거나 폐점되면서 그 자금들이 원금 회수나 투자금 변제에 사용된 거 아니겠느냐. 이 부분을 철저하게 밝혀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한번 공과를 따져보고 글로벌 정합성 이런 기준에 있어서 개선할 부분들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검찰에서 지금 수사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도 금감원이라든지 조사할 건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중히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신상 검증에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이 후보자가 과거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은 점과 아들의 서울대학교 입학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연이어 질의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010년, 2013년에 사셨던 아파트의 평수는 32평, 24평 정도였는데 그 당시에 소유했던 아파트는 10평 정도다"며 "또 당시 2013년에 주공 1단지 투자 수익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상식적인 수준을 생각하면 투자 목적으로 샀다는 것이 공직자로서는 부도덕했다는 생각이 좀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 추가 조치하시겠다고 했는데 지금 6·27 대출규제 기준으로 하면 당시에 후보자님은 이 규제에 걸리셔서 대출 못 받으시는 것 아니냐"며 "지금 아파트 산다는 사람들은 조치하겠다고 하는데 저같이 집 없는 사람들은 서러워서 좀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도덕적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원님 말씀하신 부분을 제가 가슴 속에 잘 새기고 계속해서 아주 염두에 두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금융감독 조직개편을 두고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중간중간 '철거반장으로 왔느냐', '조직개편 뒤 재정경재부 장관 자리를 노리는 것이냐' 등의 공세를 퍼부었지만 이 후보자는 내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의견을 밝히는 일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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