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굳건했던 시중은행의 부실흡수능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00%대를 유지하던 NPL(부실채권)커버리지비율이 3년 반 만에 200% 아래로 내려앚으며 건전성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시중은행의 대응 역량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건전성 관리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실채권 정리 지연과 경기침체 여파로 하반기 충당금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평균 NPL커버리지비율은 174.7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06.31%에서 올해 1분기 175.39%로 급락한 뒤 2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해당 지표가 2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은 은행이 부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고정이하여신(NPL)으로 나눠 산출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충당금을 많이 쌓아 대응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과거 NPL커버리지비율 산출시 대손충당금 뿐만 아니라 대손준비금까지 자수로 산정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면서 대손충당금만 기준으로 잡았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NPL커버리지비율은 순간적으로 급락했지만 지속적인 충당금 확대가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 유지 기준은 100%다. 100%면 고정이하여신 전체가 부실이 나더라도 충당금을 통해 손실 전액 흡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완충 효과를 감안해 120% 이상을 권고 기준으로 두고 있다. 은행들은 150% 이상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고 이를 상회토록 관리해왔다.
개별 은행별로 아직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을 하회한 곳은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이 138.68%로 가장 낮았고, 신한은행(152.21%), 우리은행(179.56%)이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대비 개선됐다.
다만 우려는 이같은 급락 흐름이 반복될 때다.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게 보지만 금융당국 권고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 하락폭은 연초 대비 67.87%포인트에 달한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실채권 정리가 쉽지 않아졌다는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경기 침체 영향에 따른 기업부실 확대로 고정이하여신 증가세는 커졌지만 상·매각 규모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부실채권 시장은 유동성 위축으로 인해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부실채권 정리를 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헐값 매각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만큼 정리 속도 역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부실채권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NPL커버리지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상황에서 충당금 확대는 시중은행에 작지 않은 고민거리다. 현재 추진 중인 주주환원책에도 부담감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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