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철강 업계가 50%인 대미수출 관세를 낮추지 못하면서 피해가 불가피해지자 국가 차원에서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여아 국회의원 100여명이 'K-스틸법' 제정안을 발의한다. 대통령이 직접 이끄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수립해 재정·세제지원을 비롯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게 이 법안의 골자이다.
다만 국내 철강업체들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미국 현지 제철 및 가공공장 신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와 기술 유출 등이 맞물려 '산업공동화 위기'로 확산하는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대해 기존 무관세 쿼터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수출 물량에 50%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 수출액 332억9000만달러(약 46조원)의 약 13.1%인 43억4700만달러(6조원)를 수출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포스코는 전체 수출의 10%를,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은 각각 33%와 36.5%가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품목 관세는 50%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특히 높은 것은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의지가 가장 강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연쇄적 위기가 확산되자 국회는 여야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기술 전환 특별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K스틸법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친환경 제철소 신설 인허가 특례, 세제·재정 지원 확대, 일자리 및 국내 생산 거점 유지 인센티브 등 산업공동화 억제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위원회가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 제정 및 세제 지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등 철강 관련 탄소중립기술 연구개발 및 설비 마련에 정부 차원에 대책도 세운다.
철강업계는 K스틸법이 고율 관세 자체를 돌파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출 방안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일자리와 기술력을 지키는 '방어선'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수·수출 기반조차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보장책'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의 핵심은 산업의 장기 경쟁력과 녹색 전환 생태계 구축에 있다. 보조금과 규제 완화는 단기적 충격 완화와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책과 함께 해외 주요 경쟁사들의 선제 대응 사례도 참고해 산업 생태계 차원의 지속 가능한 '생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K스틸법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이라도 중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한다. 저수익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 신소재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중국에 밀려 국가 경쟁력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무리하게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철강산업 본원의 경쟁력에는 소홀했고 이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며 "철강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지역과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철강기업들은 국내에서 체질개선과 효율 극대화에 한계를 겪자 미국 내 직접 생산과 공장 신설 등 '현지화 러시'에 돌입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미국 남부지역 전기로 공장 투자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해외 현지 투자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생산라인 축소, 일부 사업장 폐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과 동반된 부품·운송·물류 등 연관 산업 전반과 지역 경제의 일자리 상실, 산업기반 붕괴까지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오히려 철강기업들이 자연스레 국내 지역의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현지화와 정책 협상 모두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며, 대미 수출 실익 악화뿐 아니라 해외 이전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2차 피해까지 감수해야한다"며 "하지만 이를 통해 비핵심 사업 축소,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품목 확장을 통한 체질개선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외 주요 경쟁사들은 미국 보호무역 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을 약 141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해 관세 부담을 차단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EU) 철강기업들 역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그린딜 등 친환경 규제에 앞서 대응하는 한편, 미국과의 철강 쿼터제(TRQ) 도입 협상 등을 통해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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