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의 자사주 소각 이행이 감감무소식이다. 연내 76만여주의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올 상반기 주가는 14% 가까이 떨어졌고,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도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각 물량 자체도 전체 발행주식의 1%에 못 미치는 만큼 다른 주주환원책과 병행해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릴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22일 내놓은 기업가치제고계획 1차안에서 자사주의 소각과 추가 매입 검토를 언급했다. 이어 12월17일 발표한 2차안에서는 이사회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취득한 자사주 76만1427주 소각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소각 시기는 '2025년 내'로만 명시됐을 뿐 구체적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당시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신속한 이행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컸다. 현재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총 76만3176주다. 이 중 1749주는 과거 계열 분할·합병서 취득한 주식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소각이 불가능하다.

LG전자가 자사주 소각·매입안을 검토한다는 발표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지난해 10월 1차 기업가치제고 계획이 공개된 다음 날 주가는 9만6300원에서 9만9500원으로 3% 넘게, 12월 2차안 발표 직후에는 8만6800원으로 5% 이상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1월2일 8만40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4월9일 6만4100원까지 떨어졌다. 이달 17일 종가 기준으로는 7만2200원으로 연초 대비 14%가량 내려갔다. 일각에서는 발표만 있고 실행은 없는 '말뿐인 주주환원'이 부진한 주가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자사주 소각 지연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주가 반등을 이끌기에는 소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소각 대상 76만1427주는 전체 발행주식 대비 0.47%에 그친다. 이마저도 20여년 전에 매입한 자사주다. 이에 단독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기보다는 배당 확대나 추가 자사주 매입 등 다른 주주환원 수단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고려 중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리스크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재검토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LG전자 지분 36.72%)의 실적 부진으로 9764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손실을 반영했다. 이는 LG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 실행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게 된 배경 중 하나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부터 손실 폭을 줄이며 실적 회복에 나선 데다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 인도법인 상장을 통한 2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낮은 주가와 그간의 행보만으로 LG전자의 주주환원 의지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적잖다. 여기에 새 정부가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고 있는 점도 LG전자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실무적으로 필요한 절차들이 남아 있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구체적인 소각 시점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외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