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경남제약'의 최대주주인 '빌리언스'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같이 진행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M&A업계 일각에선 남궁견 회장이 '휴마시스→빌리언스→경남제약'으로 이어지는 기업을 매각하기 전 몸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빌리언스는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감액하는 80% 비율의 무상감자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감자기준일은 내달 15일이며 감자 후 자본금은 203억원에서 41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번 무상감자 결정은 결손금 보전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무상감자를 단행하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감자 비율만큼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자본금은 줄지만 자산 총액은 변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빌리언스는 계속되는 적자 속에 결손금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22년 787억원이던 결손금은 2023년 878억원, 2024년 90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결손금도 소폭 증가해 925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빌리언스는 올해 1분기부터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1분기 기준 자본금은 203억원으로 자본총계 194억원을 넘어섰으며 자본잠식률은 4.4% 수준이다.

자본금 감소에 따른 감자 차익(163억원)만으로 누적돼 쌓인 결손금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한다. 다만 자본잠식 우려는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빌리언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상감자 이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1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확보된 자금은 운영자금(91억원), 채무상환자금(25억원)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유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은 구주주(기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공 여부를 떠나 빌리언스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재무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통해 기업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M&A업계 일각에선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남궁견 회장이 기업 매각을 하기 전 몸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M&A업계는 남궁견 회장이 휴마시스, 빌리언스, 경남제약 등 보유 기업 7곳을 동시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재무 상태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는데,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며 "이는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이거나 더 나은 조건으로 성사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빌리언스 관계자는 "매각 계획은 현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감자 등 재무개선에 나선 배경은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으로 답변드리기가 어렵다"며 "결손금 해소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영업이익 증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