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면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이 행사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가 회장 승계 절차를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제적으로 내부 논의에 들어가면 지배구조의 자율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외부 개입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3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도 임기가 내년 11월까지다.

4곳 금융지주 회장 모두 첫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인데 관례적으로는 추가 임기를 이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임기 만료 시점이 이재명 정권 초기와 맞물리면서 연임 여부에도 정무적 변수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권이 바뀌면 당장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는 것은 물론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나 교체를 둘러싼 직·간접 압박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일이 적지 않다. 바로 직전 윤석열 정권 초기에도 연임 및 재연임이 예상되던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했다. 당시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던 조용병 신한금융 전 회장은 무난하게 재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진옥동 회장에게 바통이 넘겨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제재 등을 이유로 연임에 실패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관료 출신의 친정부 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다음 회장에 올랐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윤 전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최측근 인사로 윤 전 대통령 선거 캠프에 첫 번째로 영입된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금융지주가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지배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장 승계 논의를 통상보다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권 초반에는 금융당국의 인사 기조나 정책 방향이 아직 뚜렷하지 않아 이사회 중심의 승계 절차를 선제적으로 가동하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외부 개입 여지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장 승계 절차를 앞당기는 방안은 현재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도 일치한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최근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회장 등 CEO 후보군 선정 시점은 경영승계 준비가 됐을 정도의 육성 기회를 고려할 때 지금보다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도입 전 금융권 CEO 후보 선정 기간은 평균 50일 수준에 불과했으나 제도 도입 이후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으로 개선됐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iM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 6개월 전에, 우리금융과 JB금융지주는 4개월 전에 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KB·하나·BNK금융은 승계 절차 단계별 최소 검토 기한을 정해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했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