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HD현대로보틱스가 기업분할 이후 5년이 지나면서 기업공개(IPO) 추진 여부와 시점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IPO를 까다롭게 심사하는 '물적분할 5년룰'에서 벗어나며 상장 추진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방산업 둔화 속에 실적이 주춤하고 있고 상법 개정을 둘러싼 중복상장 이슈 탓에 올해는 상장 적기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회사 측은 상장 가능성에 관해서는 부인하는 상태다.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인 HD현대로보틱스는 매출 기준 국내 1위 로보틱스다. 지분 90%를 지주사 HD현대가 들고 있고 KT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그룹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상장 예비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149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적자는 각각 545억원, 58억원이다.
2020년 5월 HD현대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될 당시 2024년까지 매출 1조원의 목표를 밝혔으나 지금까지 실적은 아쉬운 편이다. 외형은 2000억원 안팎으로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1953억원) 대비 1% 증가한 규모다.
부진한 실적에도 '물적분할 5년룰'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도래하자 IPO에 관한 시장 관심은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한 신설 자회사를 5년 이내 상장하는 경우 강화된 상장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분할돼 상장할 때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면서 생긴 조치다.
HD현대로보틱스가 분할 이후 5년이 지났으나 올해는 IPO 시기로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로봇시장의 성장 저하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인간과 분리돼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54만1000대로 2022년보다 2.2% 감소했다. 시장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로보틱스가 전방산업에 영향을 받는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는 산업용로봇까지 전이되고 있다.
국내외 로봇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보틱스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 속하는 협동로봇 기업 두산로보틱스가 제조업 기반 하드웨어 중심 사업구조에서 인공지능(AI)의 로봇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2년 전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시가총액이 1조원 많았으나 지금은 2조원가량 적을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휴머노이드로봇 선두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산업용로봇의 HD현대로보틱스 쪽에 불리한 요인이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복상장 이슈도 부담이다. HD현대그룹의 로봇사업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에게는 HD현대로보틱스의 IPO가 달갑지 않다는 시선이다. LG그룹에서 올해 2월 상장한 IT 서비스 기업 LG CNS는 코스피 상장 당시 중복상장 비판에 직면했다. 차기 정부에서 주주 보호 관점의 상법 개정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복상장 이슈에 걸쳐 있는 기업의 IPO에 관해 금융당국에서 현미경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대 주주인 KT(지분율 10%)가 2021년 500억원을 투자한 점은 변수다. KT가 투자할 당시 HD현대로보틱스 기업가치는 5000억원으로 산정된 셈이다. 지금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한 국내 로봇기업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HD현대로보틱스는 조단위 밸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중론이다. 증시에 입성하면 KT 쪽에서도 막대한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이야기는 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지만 KT 쪽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 CNS가 올초 중복상장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고 대선 정국 이후 주주보호 방안 관련된 상법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도 몸을 사리는 형편이다"며 "증시 상황도 그렇고 HD현대로보틱스뿐만 아니라 시기상 기업들이 IPO를 서두를만한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평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지금 상장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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