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규모가 급감하면서 오너일가의 수익원도 축소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주사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 수익을 핵심 매출로 인식해왔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부진 속에 오너일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주사 HD현대에서 받는 배당 규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배당금은 약 6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82.3% 줄어든 금액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이 줄어든 건 순이익 감소 탓이다. 지난해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정유부문이 부진해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 806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2463억원의 순이익을 낸 점을 감안하면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배당금이 줄어들다 보니 HD현대로 향하는 현금도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지분 73.85%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배당금을 많이 지급할수록 HD현대와 HD현대를 지배하는 정 이사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현금고는 탄탄해지는 구조다.

최근 4년(2020년~2023년) HD현대오일뱅크는 ▲951억원 ▲2961억원 ▲5683억원 ▲3397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지분율 73.85%로 계산하면 HD현대는 그동안 700억원가량에서 4100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예컨대 2023년 HD현대의 별도 기준 매출은 5831억원이다. 이 중 HD현대오일뱅크에서 받은 배당금이 2509억원으로 43%나 차지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 여력이 줄어들면서 HD현대 자체도 배당금을 줄였다. HD현대는 5년(2020년~2024년) 동안 ▲2615억원 ▲3922억원 ▲3251억원 ▲2615억원 ▲2544억원 등의 배당을 했다. 3000억원을 넘은 2021년과 2022년은 HD현대가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의 프리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의 일부를 특별이익으로 배당에 투입한 영향이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별기준 순이익은 2020년이 가장 낮은 864억원을 기록했지만 지급한 배당금 자체는 지난해가 제일 적다. 이는 큰 기여를 하던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이 줄어든 탓에 HD현대도 더불어 배당금을 감소시켰다는 분석이다.  

주요 주주인 정 이사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받는 현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 이사장은 HD현대 지분 26.6%, 정 수석부회장은 6.12%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HD현대에서만 정 이사장은 677억원, 정 수석부회장은 156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정 이사장이 865억원, 정 수석부회장이 171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HD현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HD현대 지분은 5.26%였다. 지분은 0.86%포인트 상승했지만 오히려 배당받은 돈은 줄었다. 오너가의 현금고 구실을 하던 HD현대오일뱅크가 부진해 정 이사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현금 수익도 감소한 셈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 배당의 주 재원이 계열사 배당수익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HD현대오일뱅크 배당금이 감소해 2025년 HD현대의 배당 재원은 소폭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정유부문에서 올라오는 배당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반대로 HD현대일렉트릭이나 조선 부문에서 충분히 만회했다"며 "HD현대의 배당 계획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