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관련 우발부채는 5335억원으로 전년(6499억원) 대비 17.9% 감소했다. 반면 인수한 대출채권(채무인수) 규모는 같은 기간 1796억원에서 1946억원으로 8.3% 증가했다. 우발부채는 줄고 채무인수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우발부채 중 BNK투자증권의 채무인수 비중은 27.6%에서 36.5%로 8.9%포인트(p)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주관과 신용공여 등 관련 영업을 축소하고 위험 관리에 집중하면서 채무인수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자의 PF 관련 채무불이행 빈도가 증가해 지난해 업계 전반의 채무인수 비중이 늘었다"며 "BNK투자증권도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처럼 PF 관련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탓에 채무인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도 추가 채무인수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상 사업장 규모만 1788억원에 달해 우발부채 잔액(3389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중·후순위 대출채권인데다 사업장 역시 지방에 위치하거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미분양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진행 중인 엘시그니처 오피스텔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5가 42번지 외 9필지 일원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스카이럭스가 시행을 맡았고 롯데건설이 시공사다.

BNK투자증권은 스카이럭스가 차입한 중·후순위 대출 150억원, 200억원을 각각 주선하며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이 50%를 넘겼지만 분양률이 15%를 하회하며 분양대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악의 경우 만기 내 차환발행을 중단하고 BNK투자증권이 사업비 조달을 위해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인수해야 한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반얀트리호텔 신축사업도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재사고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사업은 총 195개의 호텔 객실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률 부진에 화재사고까지 겹쳤다.

BNK투자증권은 사업 시행자인 루펜티스의 최후순위 대출 150억원을 주선하며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했고 만기는 오는 5월27일까지다. 화재사고 여파로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엔씨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리파이낸싱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BNK투자증권의 채무 인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BNK투자증권은 자본력이 대형 증권사 대비 열위한 탓에 규모가 작고 고금리인 후순위 대출 영업이 불가피했다"며 "서울 및 수도권의 PF 사업장도 대부분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물건이 대부분이라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사업장 대출 관련 유동화증권 인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