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반도체 장비업체 테스가 지난해 업황 회복과 주요 고객사의 설비 투자 확대에 힘입어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테스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낸드 시장의 투자 확대가 실적 확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4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보다 63.4% 늘어난 금액이다. 영업이익도 전년과 비교해 372억원을 나타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이익은 433억원으로 2666.6% 급증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전년 대비 큰 폭 개선됐다. 4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3% 늘어난 8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며, 순이익도 2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주요 고객사들의 설비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테스의 장비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앞서 테스는 2021년과 2022년 연속 3500억원대 매출을 냈으나 이듬해 업황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차세대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선단 공정 전환 투자에 집중한 결과, 테스의 장비 판매도 빠르게 반등한 셈이다.

테스의 실적 개선에는 해외 신규 고객사 확보도 기여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테스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처에 중국의 한 업체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기존 국내 고객사 중심이었던 매출 구조가 다변화됐다. 기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두 회사의 매출 비중은 60%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 확대 움직임을 포착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한 효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테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낸드 시장의 투자 확대가 실적 개선 폭을 키우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고객사의 D램 공정 전환과 HBM 설비 투자가 테스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지만 올해부터는 낸드 관련 장비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테스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2890억원, 영업이익 4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4%, 32.2% 증가한 수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낸드 장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7.8% 증가한 137억달러(약 19조93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D램 장비 시장도 10.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낸드 설비를 256단 제품 생산을 위해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국내 낸드 설비를 300단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는 HBM 수요 대응을 위한 D램의 전공정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며 "이는 테스의 실적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실적에 대해 테스 관계자는 "고객사가 D램과 낸드의 테크 전환에 나선 것이 신규 투자로 이어져 매출이 늘었다"며 "특히 해외에서 신규 고객사 한 곳이 추가되면서 해외 마케팅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해외 고객사 매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삼성전자의 중국 쪽으로 수주 공시가 난 것도 있다"며 "올해는 낸드 투자가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