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설립을 주도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창립 이후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는 창립 9년 만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실적 개선의 자신감도 드러냈다. 다만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언급한 투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투자를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힐 뿐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현재 물류창고 구축 및 고도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투자를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올해 하반기 투자를 계획 중이라는 입장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해 출범했다. 특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선박 애프터마켓(AM) 서비스와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과 상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271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2%, 34.8% 증가했다. 매출은 설립 초기인 2017년과 비교하면 7년새 7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매출 목표는 2조556억원으로 내걸었다.  

시장 성장에 맞춰 대규모 투자도 예고했다. 글로벌 선박 AM 시장은 연간 100억달러(13조8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상장 공모를 통해 약 7400억원을 조달했다. 이를 활용해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합작법인(JV) 설립 또는 협력사에 대한 지분투자를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물류센터 구축 및 고도화 ▲국내 및 해외 항만 창고 확보 ▲선박 관리회사 인수 ▲클라우드 관리 체계 구축 ▲수리 조선소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별다른 투자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운영자금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에 각각 38억원, 30억원을 투입했다. 총 68억원이다. 원래 관련 투자계획으로 각각 252억원, 2317억원을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아직 눈길을 끌만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타법인지분취득에 쓰인 30억원은 지난해 7월 해운물류 스타트업 기업 씨벤티지와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외에 시설자금(619억원), 영업양수자금(483억원)으로 자금사용 계획을 잡았지만 지금껏 집행된 금액이 없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 자금은 정기예적금(1153억원)과 단기금융상품(2450억원) 취득에 썼다. 이는 연결 현금흐름표에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2622억원이며 이중 2520억원이 '단기금융자산의 증가'로 잡혔다. 

올 하반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국내외 물류창고 확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을 이끄는 AM 사업의 경우 조선기자재를 적기에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에는 부산 인근 물류창고를 임대·위탁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기존의 창고 임대로 사세를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 국내외 물류창고를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물류창고 확장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으로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올해 하반기 중에는 투자 본격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업체들과 미팅도 가지고 해외 조선소에 대한 물색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국제 정세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염두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