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후 첫 1년을 마친 가운데 철강 악화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부채비율을 낮추며 재무안정성 지표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그룹의 '재무통'으로 거듭난 후 현대제철 대표로서 재무관리에 중점을 두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제철의 차입금 관리는 아직 서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실적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부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서강현 대표는 2023년 연말인사에서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서강현 대표는 1993년 현대차에 입사한 후 줄곧 재무·회계 관리 부서에서 일해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아울러 서 대표는 과거 현대제철에서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으로 승진할 만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서강현 대표가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승진한 점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차의 CFO를 맡는 등 재무능력을 입증한 가운데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관리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 됐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7조61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2053억원으로 8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정점이던 2022년 21조3606억원의 매출과 1조8925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실적 하락폭이 크다. 

이런 가운데 늘어난 CAPEX(설비 지출)도 부담이 됐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등에 3분기 동안 1조3080억원을 지출했다. 불황이 찾아온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만큼 재무부담이 심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강현 대표도 부임 후 1년 동안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펼쳤다. 실적 악화 속에서 차입금 등 부채 낮추기에 주력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2024년 3분기 부채비율은 75.8%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부채비율이 떨어진 까닭은 차입금 감소와 무관치 않다. 같은 기간 총 차입금은 10조6639억원으로 2.5% 줄었다. 여기에 비유동 법적소송충당부채. 비유동 리스부채 등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이런 영향으로 서강현 대표도 지난해 연말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사이동의 칼날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재무안전성 유지 임무를 받은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본 임무를 충분히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차입금 관리는 서강현 대표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계획된 CAPEX가 2조409억원인 가운데 차입금이 2.5%(10조9369억원→10조6639억원) 줄었음에도 여전히 10조를 상회하고 있어서다. 막대한 CAPEX와 불황 등으로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차입금을 줄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만기된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0억원과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서강현 대표가 오면서 일단 재무관리에 집중했다"며 "전반적인 것을 정리하고 나서 투자와 자원 배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가 영업이익을 계속 창출하고 있어 차입금 관리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