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올해 호실적을 기반으로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다음 임기의 첫 주요 과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를 받아 수익 창출 확대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강 대표를 연임 후보자로 추천한 이유로 "손님 기반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 편중 해소 등 체질을 개선하면서 경영실적 반등 과정에 산적한 과제를 지속해서 이행했다"를 제시했다. 

2023년 초 취임 당시 강 대표는 자산관리, 투자은행, 세일즈앤트레이딩(S&T) 등 사업부문별 균형 성장을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그밖에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형 영업체계 구축, 글로벌 성장 네트워크 마련, 리스크관리 강화 등도 약속했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2023년 3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돌입했다. 하나자산운용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자산관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는 데도 힘썼다. 투자은행 조직을 정비하고 외부 인사 영입에도 나섰다. 

그 결과, 하나증권은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 1958억원, 순이익 18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양쪽 모두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 호전이 흑자전환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향후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데 더욱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IB 신청자격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내부통제 시스템, 재무건전성, 대주주적격성 등의 조건을 맞추고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나증권은 2023년 말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그 뒤 투자심사본부 신설, 소비자보호총괄(CCO)과 소비자리스크보호총괄(CCRO) 분리‧운영 등 인가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된다면 자기자본 대비 2배 규모까지 자체 신용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기회 역시 얻게 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 5곳(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기준 16조4900억원 규모의 어음을 발행하는 등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하나증권은 6월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랩‧신탁) 운용과 관련해 실무자 일부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점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서 초대형 IB를 포함한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 점도 별수가 될 수 있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신청할 수 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영위사업 범위가 넓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종투사 제도 개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하나증권도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 강 대표가 IB 사업 및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인가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