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는 일부 펀드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했다. 원아시아는 '벨벳제1호 유한회사'를 통해 스크린골프 업체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했는데 밸류에이션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VX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스크린골프 시장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커져 더 이상 투심이 작동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VX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3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카카오VX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골프 인기가 감소하자 성장성 한계에 직면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원아시아는 지난 2021년 '벨벳제1호' 펀드를 설립하고 카카오VX의 신주 77만6656주를 확보했다. 기업가치를 약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며 주당 12만8757원, 총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VX에 자금을 수혈할 당시 밸류에이션이 14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밸류에이션이 4배 가까이 뛴 셈이다.

카카오VX는 원아시아에게 의미 있는 투자처다.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카카오와의 관계를 열어준 회사기 때문이다. 원아시아는 이듬해 고려아연으로부터 출자받은 6000억원 중 1000억원을 활용, 카카오의 골머리를 썩게 했던 적자 패션 플랫폼 '그레이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덕분에 원아시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부터 콘텐츠 제작사 아크미디어(최대주주 원아시아) 투자금 35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원아시아 지창배 회장은 카카오와 함께 지난해 2월 하이브 측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정했다는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골프 붐이 일었던 당시까지만 해도 카카오VX 투자는 성공한 투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 이후 카카오VX는 급격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77억원, 16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53%, 115% 증가한 수치다. 2023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 감소, 147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카카오VX는 주요 사업 중 골프용품, 헬스케어 플랫폼, NFT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수익성 강화에 들어갔다. 하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고 이후 매각 논의까지 들어갔다.

기대와 달리 카카오VX 기업가치는 매각 과정에서 거듭 하락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뮤렉스파트너스는 펀딩 과정에서 카카오VX 밸류에이션을 기존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마저도 기관투자자(LP) 측에서 받아들이지 못하자 카카오VX에 추가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요청을 받은 LP들은 그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골프 인기 급감으로 성장성이 둔화된 데다 카카오VX가 카카오 그룹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면 실적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카카오VX 기업가치가 2000억~25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LP들은 골프와 관련된 제안서는 쳐다도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카카오VX는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