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각자대표이사는 유진그룹 오너 2세 경영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15년 이상 대표 자리를 지켰고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다만 오너로서 유진투자증권 사업의 '큰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를 놓고는 평가가 갈린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07년 5월 유진투자증권 대표를 처음 맡은 이후 회사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비롯한 IB(투자은행) 사업 강화를 이끌어내면서 유진투자증권을 중견 증권사 반열에 올렸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의 사업 실무는 2020년 5월 선임된 고경모 각자대표이사의 몫으로 사실상 넘어갔다. 이 때문에 유 대표의 공과를 판단하려면 단순 경영성과 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제시한 경영전략의 실제 성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유 대표가 연초 내놓은 창립 70주년 기념 신년사를 보면 경영전략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신년사를 통해 차별화된 전문성 육성, 상시적인 사업 피보팅(사업방향 전환), 글로벌 사업 본격화를 중점 전략과제로 제시했다.

유 대표는 차별화된 전문성 육성의 구체적 방법론 중 하나로 벤처‧중소기업 관련 사업 강화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유진투자증권은 6월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모험자본 공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로 신규 지정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동안 잠잠했던 IPO(기업공개) 주관 분야에서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10월에 상장된 씨메스를 비롯해 IPO 준비 중인 앰틱스바이오,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등의 상장주관사를 맡고 있다.

신기술을 갖춘 기업 대상의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비와이비-SK증권 프리IPO 신기술투자조합 1호, IM-IV AI항공우주 벤처펀드 등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다수 투자했다.  

신년사에서 유 대표는 STO(토큰증권) 등 디지털 분야 육성도 강조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은 3월 STO 플랫폼 구축을 끝내기도 했다. STO는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증권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회에서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상시적인 사업 피보팅과 관련해 유진투자증권은 그동안 수익 비중이 비교적 적었던 자산관리(WM)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도 기존 지점 통합 등을 통한 WM센터 대형화, 프라이빗뱅커(PB) 전문성 강화를 독려하기 위한 '마스터 PB'‧'해외주식 리더' 선발 등이 진행됐다.

다만 글로벌 사업부문의 경우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고경모 대표가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해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한 정도다. 유진투자증권의 해외주식거래 점유율은 아직 1% 선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 대표가 최근 몇 년 동안 유진투자증권의 사업 다각화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성과가 확실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오너 경영인으로서 회사의 투자여력 강화 등에 힘을 실을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