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모비스가 강력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내놓으면서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가 반등할 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모비스는 19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24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현재 19.7% 수준인 총 주주수익률(TSR)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TSR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감안해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 환원율을 의미한다.

현대모비스는 기 보유 중인 자기주식도 3년에 걸쳐 소각할 예정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현대모비스가 보유 중인 자사수는 265만2011주이며, 현 시가(25만500원)을 대입할 경우 총 6643억원 상당이다. 다만 자사주 전량 소각은 내년부터 실시된다.

박기태 현대모비스 재경담당 전무는 "그동안 연도별로 운영하던 주주환원정책을 3개년으로 유지해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특히 주주환원책을 더욱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TSR을 설정하되 주가가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밸류업 정책이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수익성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진한다. 세부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대상 매출 비중을 2033년까지 40%로 확대하고, 글로벌 부품사 순위를 5위에서 3위(배터리셀 업체 제외)로 두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창사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영업이익률 5~6% 수준을 맞춰 안정적인 주주환원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범위를 10% 이상으로 맞춘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는 자기자본비율(COE) 9.4%를 초과하는 수치다. ROE가 COE보다 높으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상인데, 이 경우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 매출은 2021년 매출 정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영업이익은 전장부품 연구개발(R&D)과 전동화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눈에 띄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논캡티브(비계열사) 물량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증가에 따른 판매 믹스 개선 등으로 본격적인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의 공격적인 밸류업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말 현대모비스의 PBR는 1배를 밑도는 0.53배로 저평가 상태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안정적인 실적 성장 기반을 구축한 데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 같은 논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배당(배당성향 상향)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정책 믹스로 과거 대비 TSR이 큰 폭으로 상향"이라며 "이는 장기 주가 할인율을 축소시킬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