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를 공급하는 설로인이 연내 100억원을 목표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추진하고 있다. 재무개선을 위한 투자유치라는 설명에 시장에선 '반신반의(半信半疑)'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가 인식한 483억원의 결손금을 해소하기엔 유치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28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설로인은 최근 다수의 투자자와 접촉하며 연내 100억원을 목표로 프리IPO 유치를 추진 중이다. 기존 투자자 일부가 총 60억원의 투자를 '팔로우온'으로 확정했고 나머지 역시 투자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신규 투자자에게도 투자유치를 제안해 협의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로인은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도축과 숙성, 가공, 판매 등 프리미엄 한우의 유통 전 과정을 '올인원'으로 구축해 균일한 품질의 한우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주요 투자자로는 ▲서울대기술지주 ▲하나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인라이트벤처스 ▲동훈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이번 프리IPO의 유치 목적은 회사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코스닥(KOSDAQ) 시장의 높아진 심사문턱을 안전하게 넘으려면 높아진 부채비율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설로인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연내 100억원의 투자금을 프리IPO로 유치하는 게 목표"라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최소 금액 60억원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회사의 상황과 맞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VC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483억원으로 인식한 결손금 문제를 해소하기엔 신규 투자로 조달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투자심의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설로인이 투자유치를 하는 숨은 이유가 군포 스마트프로덕트센터(SPC)의 2차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회사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 동안 군포 SPC의 냉장창고를 증설할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투자비는 53억원으로 계획돼 있다.

설로인이 그동안 유치한 투자금은 7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 수십억원을 투자한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추가 투자가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이를 인지한 설로인 역시 투자자들의 엑시트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프리IPO 명목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자한 투자사 입장에선 길어지는 경기침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설로인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을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로인에 따르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247억원으로 전년동기(132억원) 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적자로 2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적자 58억원 대비 개선된 실적이다. 매출액이 꾸준히 늘며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군포 SPC의 냉장창고 증설을 마무리하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수요에 대응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하반기 상장하는 게 목표"라며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상장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