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영풍과 손잡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무분별한 투자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투자한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했고 이 여파로 주가도 지지부진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동성 평가 절하를 위해 악마의 편집으로 모든 수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MBK파트너스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현금이 고갈돼 올해 말에는 440억원의 순부채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는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가 6월말 기준 1조4110억원에 달하는 반면, 순현금은 6680억원에 불과한데 호주 풍력발전소 및 카타만 투자금 잔액과 중간배당금 등의 현금 지출 계획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의 계산법이 잘못 됐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6월말 기준 보유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기관예치금+단기투자자산)을 합친 현금이 2조1277억원에 달하는 반면,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유동성사채·장기차입금·사채)은 1조3288억원에 불과해 보유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원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은 투자를 모두 진행해도 MBK파트너스의 주장과 달리 올 연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같은 기간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6%, 차입금의존도는 10%로 매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투자한 38개 기업 중 30개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 중이라는 MBK파트너스 주장에 대해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아연 투자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우량 기업 L사와 H사의 순이익을 제외한 것으로 현재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자제품 폐기물 재활용 기업인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와 관련해선 MBK파트너스가 숫자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가 가진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며 "영풍과 고려아연은 당사가 투자에 실패했다고 호도하기 위해 해당 숫자를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대한 매출액을 포함한 이그니오홀딩스의 매출은 637억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인수대가는 9배다.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 9배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과정에서 매출 29억원의 202배를 들여 매수해 회사에 손실을 안겼다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재무건전성 저하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비판했고 고려아연은 되려 영풍의 주가 폭락 문제를 끄집어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19년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고려아연 주가가 지속 하락 추세이고, 최근 1개월 평균 주가는 최 회장 취임 1개월 전에 비해 17%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3월 22일 당사의 주가는 28만7000원이고,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언론에 나온 2024년 9월 12일 당사의 주가는 55만6000원으로 이 기간 주가는 94% 상승했다"며 "같은 기간 영풍의 주가 상승률은 -65%"라고 받아쳤다.
고려아연은 이 밖에도 MBK파트너스의 고배당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원금 회수 목적으로 배당금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고려아연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한편 배당성향을 주당 2만5000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최소 6.98%(144만5036주)에서 최대 15.6%(302만4881주)을 확보할 경우 배당금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장씨 일가 측 보유 지분율은 33.1%로 주식 수는 686만주에 달한다. 장씨 일가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로 최소 144만5036주를 추가로 확보한다고 가정하고, 배당성향이 2만5000원일 경우 고려아연은 이들에게 2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공개매수 규모가 302만4881주에 달할 경우 배당금은 2500억원 수준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기업이 배당을 무조건 늘리기만 하면 되레 기업 경쟁력이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배당을 무작정 확대해 놓고,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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