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올해 하반기 4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군인공제회가 오히려 출자금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000억원 규모로 출자한 블라인드펀드를 2500억원으로 하향한 대신 최근 900억원 규모의 크레딧펀드 출자사업 운용사 모집을 시작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올해 4분기 중 2500억원 규모의 출자사업을 진행한다. 벤처캐피탈(VC) 분야와 사모펀드(PEF) 분야의 출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각 분야의 일반적인 출자비율이 3:7 수준임을 감안하면 VC 분야에 750억~800억원, PEF 분야에 1650억~1700억원 수준의 출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는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900억원 규모의 크레딧펀드 출자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크레딧분야에 3개 조합 선정을 골자로 하는 출자사업 운용사(GP) 모집을 공고했다. 선정된 GP들은 중·후순위 대출채권과 메자닌 등 크레딧 투자에 70% 이상 투자해야 하며 최소 결성금액은 1000억원이다.

이를 종합하면 총 34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출자사업 두 건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GP를 선정할 예정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정확한 출자사업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계속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에 알려진 출자사업의 규모는 지난해 3000억원의 1.5배 수준인 4500억원이었다. 하지만 고금리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출자사업에서 대형 GP 중심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블라인드펀드 출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왔다.

실제로 군인공제회 내부에선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등 비교적 출자금 사용이 자유로운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 대신 메자닌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크레딧펀드 출자사업을 먼저 진행하는 것은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자닌 투자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자금을 태우는 투자 방식이다. 미리 설정한 약정에 따라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보통주 등으로 전환하거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출자금 규모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신설한 일반 사병 대상 자유적립형 금융상품 가입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 상품은 현역 및 만 34세 이하 예비역 병이라면 매달 최대 150만원, 5% 단일 연복리에 만기 10년으로 저축이 가능하다.

단순 계산으로 50만 장병이 모두 이 상품에 가입하면 연 최대 9조원의 자금을 확보해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초기 가입 규모가 1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과 단체 가입을 모두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가입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오는 10월 이후 가입률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