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바이오팜이 올해 SK그룹 오너 3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 체제 하에 신성장동력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본부장은 최근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라이센스인(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위주의 성과에서 벗어나 제 2의 캐시카우를 발굴하는데도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홍콩 바이오 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와 RPT 후보물질 'FL-091'에 대한 연구개발과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라이선스인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FL-091은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뉴로텐신 수용체-1(NTSR-1)'에 결합하는 저분자 약물이다.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전달하도록 설계된 RPT 기술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며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임상을 맡게 됐다.
앞서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은 3대 신성장동력으로 RPT와 함께 표적 단백질 분해(TPD),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CGT)를 꼽았다. 이는 중추신경계(CNS) 분야에 집중됐던 신약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꾀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이 포트폴리오를 확장에 나서면서 연구개발 조직 역시 작년부터 여러 변화를 겪었다. 올 1분기 기준 대표이사(CEO) 산하 신약개발사업부를 비롯해 사업화추진본부와 Global Clinical Development 본부가 신설되면서 연구개발 조직이 모달리티(Modality)별로 세분화 됐다.
이번 RPT 신약 FL-091 도입 역시 신성장동력 발굴의 일환이었다. 해당 성과의 중심에는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이 있었다. 최 본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로 시카고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2019년에는 휴직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2021년 7월에는 SK바이오팜에 복직했고 올 1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통해 전략투자팀을 이끄는 팀장에서 신임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의 사업개발을 책임지는 리더이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SK바이오팜의 신사업 발판이 된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구 프로테오반트)' 인수를 주도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SK바이오팜의 TPD 신약 개발에 주축이 되는 핵심 자회사다. 최 본부장은 이를 계기로 팀장 승진 1년 만에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 후 분자 접착제(MG) 발굴 혁신 플랫폼인 'MOPED'를 통해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표적에 작용할 수 있는 분해제를 발굴·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제일 먼저 성과를 낸 것은 TPD"라며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인수하면서 파이프라인까지 확보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TPD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RPT 후보물질 FL-091의 라이선스인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신성장동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RPT의 경우 첫 번째 스텝으로 후보 물질을 인수했다"며 "상세한 파이프라인과 향후 개발 계획은 차차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RPT와 TPD 개발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CGT의 경우 3대 신규 모달리티 중 가장 후순위로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SK바이오팜은 현재까지 세노바메이트 한 품목에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다. 올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98.2%를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했다. 엑스코프리 미국 물질 특허는 2032년 만료된다. 즉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복제약)이 등장한다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에 최 본부장을 필두로 한 SK바이오팜은 제2의 세노바메이트 발굴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연간 흑자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은 올 2분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 호조 영향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260억원, 당기순이익 2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570억원)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제 2의 캐시카우는 신성장동력과 별개"라며 "주로 CNS 분야를 검토 중이며 별도의 라이센스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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