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KB부동산신탁이 모회사 KB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아 재무지표 악화의 급한불을 껐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사업수지가 전반적으로 악화됐고, 책임준공 사업장의 부실이 전이되면서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대손충당금을 쌓기 위한 추가 자금소요가 많아지면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1년 간 크게 하락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으로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면서 향후 NCR이 두자릿수에서 세자릿수로 높아져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KB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장기며,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KB부동산신탁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만기일은 30년 뒤인 2054년 6월27일이다. 만기일 이후 다시 30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5년 뒤부터 매 분기별 중도 상환이 가능하다.
모집방식은 사모이며, KB부동산신탁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에서 대부분 인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일부투자자가 나머지 잔량을 인수했다.
KB부동산신탁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설립 이후 최초다. 그만큼 지난 1년 간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KB부동산신탁은 "이번 발행을 통해 안정적인 NCR 준수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손실흡수 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CR은 부동산신탁사의 재무안정성은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기업의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재무안정성이 높은 신탁사는 대체로 영업용순자본비율을 1000%이상으로 유지 중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최소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이하 비율부터는 경영개선 권고를 내리는 등 단계적 조치를 시작한다.
문제는 KB부동산신탁이 올해 1분기 기준 14개의 신탁사 중 가장 낮은 영업용순자본비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부터 영업용순자본비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1분기 272.7%를 기록했다. 이에 신용평가사는 KB부동산신탁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KB부동산신탁의 영업용순자본은 자체 계정인 신탁계정대로 급속히 빠져나갔다. 부실사업장에 추가비용을 투입하거나 채무를 인수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3개의 사업장에서 총 1034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충당금도 늘어나면서 자본의 감소를 가져왔다.
KB부동산신탁의 NCR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으로 2분기부터 급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영업용순자본은 624억원, 총위험액은 2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1700억원이 모두 영업용순자본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2분기부터는 2324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여기에 총위험액을 나누면 1014%의 영업용순자본비율로 나타난다. 현재 대비 약 700%p(포인트)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외에 KB금융지주로부터 추가적인 자금 대여의 계획은 없다"며 "지주사와 향후 꾸준히 소통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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