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SK그룹의 'SK온 일병 구하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8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전장에 뛰어든 것처럼 SK온을 살리기 위해 그룹 전체가 나섰다.일각에서는 더 이상 재무적 부담을 안으면서 SK온을 끌고가기보다는 현대자동차 등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 측은 '미래 황금알'을 위해 끝까지 SK온을 살리고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 측은 "명쾌한 방향성으로 일사분란하게 사업 개편과 그룹 리벨런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현금 부족과 외부 차입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총력을 기울여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사업 리밸런싱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SK 주요 계열사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해 초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외 SK그룹 219개의 계열사 전반을 대상으로 한 흡수합병, 중복 사업 통폐합, 매각 등 기업 효율화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CEO 교체, 임원 감축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SK 측은 아직 검토 중일 뿐 구체적인 그림은 경영전략회의 이후에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SK온의 설비투자(CAPEX)를 감당하기 위해 그동안 투자했던 자산들을 재조정해 일부 유동화하고, 미래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 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회의는 SK온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점이다. SK온은 현재 국내외에 14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거나 짓고 있다. 현재 8개 공장이 가동 중이고 헝가리 3공장, 중국 4공장, 미국 포드 합작 1·2공장 등 6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SK온의 연간 캐팩스 규모는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올해 7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까지 20조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1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더 필요하다.
SK온은 1분기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가 19조원에 이른다. SK온은 1분기 이자비용으로만 1780억원을 썼다. SK이노베이션이 차입보증을 서 왔지만, 지난 3월 신용등급 하락 이후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S&P글로벌은 재무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2019년 21조3212억원에서 지난해 말 50조7592억원으로 두 배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 여파로 차량 핵심 부품인 배터리 원자재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며 올해 2분기 실적도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SK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SK㈜ 자회사인 SK E&S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SK E&S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사업자라 SK온의 숨통을 틔워 줄 순 있다. 하지만 SK E&S는 2021년과 2022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3조13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2~3년 뒤 상환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2021년 11월 발행된 2조4000억원 규모의 RCPS는 만기 시점에 3.99%의 우선배당률에 따라 매년 약 96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밖에도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은 주주 및 직원 반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 않다. 과거 LG화학이 물적분할로 LG에너지 솔루션 '쪼개기 상장'을 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컸던 바가 있다. 아울러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자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만 1조원 벌어들일 정도로 현금흐름이 뛰어난 알짜 기업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알려지면서 SK엔무브 직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SK엔무브는 2년 연속 그룹 최대 수준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SK온은 적자를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SK그룹에 대해 2020∼2023년 17조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8조원은 채무적 성격이 있는 자금 조달이라고 분석했다.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웃돌며, 외부 차입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분 36조원 외에도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17조원 이상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한 걸로 추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SK온 매각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해 IB업계에서는 현대차 등 다양한 기업에 매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가격이 비싸고 선뜻 사갈 수 있는 기업도 많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그룹이 SK온을 살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때까지 버틴다는 전략이다. 과거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지만 향후 시간이 지난 후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서 SK그룹을 먹여살리는 알짜 회사가 됐다. 솔리다임 역시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미운오리였지만 최근 낸드 플래시 사업이 반등하면서 SK하이닉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흑자전환 시점이다. 그간에는 '후발' 배터리셀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규모를 갖추는 전략을 써왔다면 이제부터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하반기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 등에 힘입어 수요가 반등하면 충분히 연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온의 영업실적 추이는 신용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모니터링 요소"라며 "올해 하반기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분기 손실 규모가 축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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