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가 신산업으로 부상한 지는 꽤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이 전 세계에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버금가는 일대 사건이 되고 있다.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의 놀라운 침투력으로 국내 소상공인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도 중국에서부터 물건을 떼와 국내 소비자에 파는 같은 '메이드인차이나'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가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의 막대한 자본력과 중국 정부의 뒷배, 초저가에 따른 규제 제외, 관련 법망 미비를 등에 업은 탓에 국내 중소상공인의 생존 위협이 커졌다.

최근 1년새 알리의 이용수 수가 급증하자 해당 플랫폼의 어두운 면도 집중 부각되기 시작했다. 짝퉁 논란을 비롯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불법상품 판매, 이쑤시개 발사기·석궁 등 위험물품 판매까지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느린 배송기간, 반품·환불의 어려움, 고객서비스 응대까지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고, 알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물류센터 확보와 고객서비스 개선, 국내 소상공인 지원 등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자 계획이 얼마나 지켜질지 미지수다. 다만, 사업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알리라는 초강력 플랫폼의 부상이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11번가와 G마켓·옥션, 티몬·인터파크, 롯데온 등 대다수 이커머스들은 광고비 지원,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저마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메기 효과'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자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 중소 셀러들과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관망하던 쿠팡도 중소 상공인 성장 지원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알리가 국내 소상공인의 '역직구'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국내 중소 상공인들을 알리 글로벌 마켓에 입점시켜 이들이 해외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부산 사상에서 신발 도소매업을 하는 박 모 대표는 "알리 타격으로 최근 매출이 20~30% 감소했다"면서도 "알리에 입점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고 알리의 자체적인 노력이 더해져 운동장이 수평적으로 맞춰간다면 알리발 긍정 효과는 분명하다. 주변 지인은 물론 기자 본인도 알리를 통해 물건을 사봤지만 의외의 가성비에 만족한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알리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얼마만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개인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촉발시켜 그 과실을 국내 소비자와 중소상인이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알리의 '질적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