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이노텍은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매년 자본적 투자(CAPEX) 규모를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단일 사업부로는 처음으로 광학솔루션 사업부에서 조단위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변수는 아이폰 매출이다. LG이노텍이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을 고려해 앞서 계획했던 카메라 모듈 투자를 조정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이노텍의 연간 CAPEX는 2020년부터 1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투입하는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CAPEX 총액은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광학솔루션 사업부에만 1조137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사업부 연간 투자 총액은 1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조단위 투자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LG이노텍은 2010년부터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LG이노텍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폴디드줌과 같은 고부가 카메라 모듈 납품을 독식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중국 폭스콘과 코웰은 보급형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변수는 최대 납품처인 애플 아이폰 수요를 점치기 어려워진 부분이다. 아이폰15 시리즈 부진으로 지난해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 가동률은 50%를 밑돌았다. 이에 올해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출시되는 갤럭시 신모델에 인공지능(AI)이 탑재되지 않냐"며 "지난해 연말 아이폰 매출이 부진했던 이유로 스마트폰 시장이 워낙 어렵기도 했지만, AI 쪽을 하드웨어에 적용하는 시기가 경쟁사 대비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생산능력 증설 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인 엑추에이터 내재화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엑추에이터는 전체 부품 매입액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심혈을 기울였던 핵심 부품 내재화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당초 계획보다 CAPEX를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그동안 애플과 협의한 뒤 전체적인 투자 규모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예상 밖으로 아이폰 수요가 부진했고, 이런 예측 불가능했던 부분을 고려하면 지난해 과했던 만큼 (애플과 협의 하에) 올해는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정 고객사 매출이 커지다 보면 부품사가 고객사에 종속되는 구조를 띄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올해 투자 규모나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사업보고서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LG이노텍의 곳간 자체는 여유가 있는 상태다. 최근 3개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여유 현금이 쌓이면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연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5000억원 수준인 만큼 투자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