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문혁수 신임 대표를 맞이한 LG이노텍이 카메라모듈 매출 쏠림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기존 먹거리를 확실히 챙기기 위해 '광학통'으로 불리는 문 대표를 선임한 것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LG이노텍은 올 3분기 13조466억원의 매출과 34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0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8.5% 줄어든 금액이다. 사실상 외형 성장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내실 다지기에도 실패한 이유는 이미지센서 등의 원재료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전체 실적이 70% 가량을 차지하던 광학솔루션사업부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결과다.

실제 광학솔루션사업부의 매출액은 10조5332억원으로 같은 기간 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125억원으로 70.9%나 급감했다. 여기에 글로벌 휴대폰 판매 부진까지 겹치며 '돈줄' 역할을 해오던 기판소재사업부의 매출(1조3023억원→9946억원)과 영업이익(3476억원→938억원)이 각각 23.6%, 73%씩 줄어든 것도 실적 악화에 한몫 거들었다. 전장부품 및 기타사업부문이 이 기간 7.9% 증가한 1조5188억원의 매출과 76.2% 늘어난 4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LG이노텍 대표로 선임된 문혁수 부사장도 기판소재 및 전장부품 분야로 성장축을 늘려가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난달 30일만 해도 문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카메라모듈 위주로 LG이노텍이 성장했지만, 다른 사업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며 "FC-BGA 등 기판과 자동차부품 사업은 아직 성과가 많지 않지만, 내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예상되며 이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은 LG이노텍의 사업 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표가 2009년부터 LG이노텍 광학솔루션 개발실장 등을 역임해 온 '광학통'으로 불리는 만큼 카메라모듈 사업경쟁력을 보다 공고히 다질 가능성을 높게 점쳐서다. 더욱이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던 일본 샤프가 빠지면서 LG이노텍의 납품 기회가 커진 것도 이러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샤프가 내년 신규 아이폰 모델에 진입하는 부분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애플이 하이앤드 밸류체인에 폭스콘, 코웰을 끼워 넣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단기간 LG이노텍의 기술력을 따라잡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LG이노텍이 베트남 공장 증설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만큼 내년엔 카메라모듈 사업을 오히려 강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에 전장부품 등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표의 전략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광학솔루션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캐시카우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 목표치는 대외비여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기판소재와 전장사업을 키워 특정 사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려고 하는 방향성은 내부에서도 계속 있었고, 이러한 전략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