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1세대 벤처캐피탈(VC) HB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지난해 5월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상장 무산 이후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준수한 회수 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져왔던 만큼 상장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B인베스트먼트는 이날부터 12일까지 5영업일간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주식수는 666만7000주, 공모가 희망밴드는 2400~28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644억~752억원이다. 오는 16~17일 일반청약을 거쳐 1월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1999년 설립된 HB인베스트먼트는 24년의 업력을 이어오고 있는 1세대 VC다. 2013년 2490억원이었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11월 기준 619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VC 중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자금 회수를 진행중이거나 앞둔 기업으로는 밀리의서재, 코어라인소프트, 블루엠텍 등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5배가량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5월 캡스톤파트너스와 국내 VC 최초로 스팩상장에 나섰으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에 막혀 상장을 철회했다. 이들이 합병을 추진했던 NH스팩23호, NH스팩25호의 경우 다른 VC가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발목이 잡혔다. 스팩 합병 완료 시 VC간 지분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에서는 벤처캐피탈이 다른 벤처캐피탈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스팩 합병이 무산된 HB인베스트먼트는 꾸준하게 실적을 쌓으며 상장 재도전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상반기 HPSP, 뷰노, 바이오플러스 등으로부터 약 973억 원을 회수하며 국내 VC 중 회수실적 1위를 기록했다. 또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62%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중소형 IPO 흥행 기조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HB인베스트먼트의 기업공개(IPO)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H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스팩 합병이 무산됐던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참여 기관의 93%에 해당하는 1355개 기관으로부터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받았다.

올해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중금리 수준에서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공모 흥행에 무게를 싣는다. HB인베스트먼트 역시 IPO로 조달되는 약 158억원의 자금은 전액 신규 펀드에 출자하는 등 상장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중곤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는 "지난해 공모 규모가 큰 IPO에 대한 부담으로 중소형 딜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경향이 있다"며 "올해 역시 매크로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경향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