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에서 3%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현범 회장 측 우호 세력들이 추가 지분을 계속 확대함에 따라 실제 유통되는 주식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향후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MBK파트너스가 내세운 최소 매입 기준인 20.35%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 측이 확보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과 사촌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추가 지분을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일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종전 3.99%에서 4.41%로, 효성첨단소재는 0.51%에서 0.72%로 늘었다고 밝혔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인상한 뒤 매일 추가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1.5% 가량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hy(한국야쿠르트)까지 합하면 조 회장(개인 지분 42.03%)이 확보한 지분은 48%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가 확보한 지분(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지분 포함)이 30.38%라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은 최대 21% 내외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MBK 입장에선 3%대 지분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을 반드시 끌어들여야만 공개매수에 성공할 수 있단 말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9월1일 기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3.8%를 보유 중이다. 최근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계속 줄여나가던 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 보유 지분은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2016년 3월11일 한국앤컴퍼니 지분 5.06%를 산 뒤 같은해 5월과 12월에 추가 지분을 매입해 보유지분은 7.1%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2020년 6월 말 이후 지분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같은 해 9월 5.21%로 줄어들더니 2021년 4월에는 또 다시 1%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 3월, 한국타이어의 첫번째 경영권 분쟁 당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비슷한 지분율을 유지해오다가 2022년 11월, 2023년 3월 추가 지분을 매입하며 6.19%로 오르는가 싶더니 같은 해 4월과 8월 지분을 매도해 3.8%로 줄어들었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예상하긴 어렵다. 국민연금 역시 "투자 세부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외부 언급이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누구 한쪽 편을 들어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사모펀드가 추진하는 공개매수에 참여한 사례는 알지 못한다"며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인만큼 단순 차익만 계산해 누구의 편을 들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