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법인 대다수가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베트남 정부의 락다운(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작년 말부턴 주요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신발 주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유로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에야 수익 회복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002년 베트남에 '화승비나'를 설립한 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을 대상으로 신발 주문자위탁생산(OEM)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 2006년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하면서 아디다스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됐고 베트남 생산법인 수도 대폭 확대하게 됐다. 올 9월 말 기준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에 7개의 신발 제조·판매 법인(대영섬유 관련 법인 제외)과 3개의 기업간거래(B2B) 법인 등을 두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베트남 법인은 2019년만 해도 454억원(당시 9개 현지 법인)의 순이익을 내며 전년(90억원) 대비 5배에 달하는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아디다스가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8%(약 31조원→34조원) 가량의 매출 성장을 이루자 OEM 업체인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수혜를 입은 것이다. 특히 화승비나는 매출이 전년 대비 35.4% 늘어난 7756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베트남 법인의 수익성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베트남 정부가 현지 OEM 공장들을 대상으로 봉쇄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역업을 영위하는 B2B 법인들 역시 경기침체 여파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20년 베트남 법인의 합산 순이익은 183억원으로 1년 새 60%나 줄었다. 이어 2021년 272억원, 작년 3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락다운 해제 이후인 작년 말부터 주요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지 공장 가동률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점이다. 아디다스는 2013년부터 매년 미국 힙합가수 칸예 웨스트와 협업한 스니커즈 브랜드 이지 시리즈를 출시해왔다. 해당 시리즈는 아디다스 전체 매출 중 10% 가량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작년 칸예가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아디다스는 이지 시리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아디다스는 이지 시리즈 재고를 떠안게 됐고 올 들어 신규 주문 보단 재고 소진에 집중하게 됐다. 그 결과 화승엔터프라이즈 베트남 법인은 올 3분기에도 285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측은 내년 유로 2024, 파리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만큼 관련 제품 생산 확대로 실적 개선을 꾀하겠단 계획이다. 수익 회복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단 입장이다. 통상 스포츠 대회 관련 제품은 시작 전보다 행사 직후 판매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내년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실적 흐름은 상저하고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파리올림픽, 유로 2024 등 대회 관련 물량은 2분기부터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