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가 2024년도 인사를 단행하면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재계는 미래사업기획단이 2017년 하만 인수 후 멈춰있던 삼성전자의 '빅딜'을 다시 추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고가 줄어들고 있어 신사업 육성에 힘을 싣는 게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와 함께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부회장급 조직이다. 

현재까지 구성된 인력은 단장을 맡은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과 정성택 신사업 태스크포스(TF) 팀장(부사장), 이원용 상무 등이다. 특히 전 부회장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세 인물 외에 누가 합류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은 조직 규모와 운영 방안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아직 조직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서 명확한 조직 운영 계획은 알려진 게 없다"며 "부회장급 조직이기 때문에 필요 시 인원이 10~20명 이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미래사업기획단의 역할에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현금 보유고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단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9조7749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에서 3분기까지 12조69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투자(CAPEX)까지 이어가다 보니 순현금도 감소 추세다. 9월말 기준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은 약 83조원으로 전년 동월(116조원) 대비 28.4%나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까지 집행한 시설투자액이 36조7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DS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던 셈이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 M&A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M&A로 불리는 하만은 80억달러(당시 약 9조원)규모의 계약이었다. 이후 약 7년 간 이렇다 할 M&A가 없었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열린 CES에서 "대형 M&A는 부품과 세트 두 부분에서 모두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많이 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도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래사업기획단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강한 리더십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전권을 줘서 신사업과 M&A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경우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