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료기관에 전방위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뿌린 JW중외제약에 철퇴를 가했다.

공정위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외제약에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298억원(잠정)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회사가 제조‧판매하는 18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리베이트는 본사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의료기관에 대한 각종 경제적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판촉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 처방량에 따라 현금 등을 지원하거나 처방 증량 가능성을 토대로 집중 리베이트 대상을 선정한 자료, 일명 '보물지도'를 마련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리베이트에 동원된 방법은 ▲현금 및 물품 제공 ▲병원 행사 경비 등 지원 ▲식사 및 향응 제공 ▲골프 접대 ▲학회 및 심포지엄 개최 지원 ▲해외 학술대회 참가자 지원 ▲임상‧관찰연구비 지원 등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대해 2망3000여회에 걸쳐 총 6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특히 중외제약은 과거 시판후 조사를 처방 유지·증대 목적으로 활용해 2007년 공정위 제재를 받았음에도 관찰연구로 이름만 변경해 병·의원에 13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부당 지원했다. 시판후 조사는 시판 사용되고 있는 약품의 부작용 등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일상 진료 하에서 실시하는 조사로 약사법상 의무는 없다. 공정경쟁규약은 의약품의 채택, 구입 등을 조건으로 한 시판후 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회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다른 44개 품목의 의약품에 대해서도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00여 개 병‧의원에 대해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500여회에 걸쳐 5억3000만원 상당의 검은 돈을 뿌렸다.

중외제약은 이 과정에서 병·의원에 대한 현금 또는 향응 제공 등 불법행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회계 처리를 진행했다. 또 '처방 증량'은 '인지도 증진', '회식 지원'은 '제품설명회' 등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용어로 위장하는 등 위법행위를 은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팀(CP)은 법 위반 소지를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의 리베이트 제공이 부당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소비자가 의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처방권이 있는 의사에게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적합한 의약품보다는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약품이 선택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이 회사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인 범행임을 감안해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금액인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웅제약과 그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한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불법성이 분명한 판촉수단 뿐 아니라, 의‧약학적 목적으로 위장될 수 있는 임상 및 관찰연구비 지원의 경우에도 자사 의약품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지원한 경우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의약품 시장에 만연한 리베이트 행위를 근절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