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지난 6월 기준 37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581억원과 비교해 1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6월 1581억원 ▲2022년 9월 1814억원 ▲2022년 12월 2423억원 ▲2023년 3월 2901억원 ▲2023년 6월 3725억원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탁계정대가 증가한 이유는 차입형 사업장에서 계정대 투입이 본격 이뤄지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신탁은 2021년 정비사업 중심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를 늘려왔다. 2021년 326억원, 2022년 678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지난 3월 기준 현재 관리 중인 차입형 사업장은 총 45곳이다. 전체 신탁계정대 중 90% 이상(3500억원)이 차입형 관련 계정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분양형 사업장이 아닌 임대형 사업장이나 물류센터, 골프장 등 초기에 대규모 분양대금 유입이 힘든 사업장에서 자금 투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책준 사업장에서의 부실 위험이 커진 점도 계정대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KB부동산신탁의 주력 상품인 책준 사업장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11곳이다. KB부동산신탁의 계획 대비 공정률 미달 사업장 수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1년 이내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장 중 공정률이 계획 대비 5%p 이상 미달하는 사업장 수가 1년새 16건 늘었다.

책준 사업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들의 시공능력과 재무구조가 열위해 부도 위험이 높고 이에 따른 대체 시공사 선정과 공정률 지연 등으로 기한 내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중소 시공사의 경영난 및 대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업비를 일정 시기마다 지속 투입해야 하거나 책준 기한을 결국 지키지 못할 경우 대출기관에 관련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위험 범위와 발생 빈도 측면에서는 차입형의 리스크 수준이 더 높지만, 유사시 위험 총량은 책준형이 더 큰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규모가 책준형이 더 크고, 책준형 사업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아파트 개발사업은 19.7%에 불과해 부동산 침체 시 책준형 사업 위험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신탁의 소요자금 대부분은 토지신탁 사업 관련 공사비 지급 등 사유로 발생하고 있다"며 "그동안 부동산 경기 호조로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부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KB부동산신탁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편으로 평가된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 6월 기준 850%, 부채비율은 38.1%다. 고정 이하 자산 비중은 지난 3월 기준 37.8%로 감소세를 보였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과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수주했던 차입형 사업 뿐만 아니라 책준형 사업에서 사업비를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신탁계정대가 증가했다"며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인 만큼 추가 자금투입 가능성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