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탁업계 등에 따르면 신탁사가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지난 6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탁 방식 정비사업에 특례를 부여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혔고, 최근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신설된 도정법 특례사항 중 눈에 띄는 점은 ▲제101조의8(정비구역 지정의 특례) ▲제101조의9(사업시행자 지정의 특례) 두 가지다.

제101조의8에 따라 지정개발자(신탁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에게 정비구역의 지정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제101조의9에 따라 정비구역의 지정권자(통상 서울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는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자가 동의하는 등 경우에 정비구역의 지정과 동시에 지정개발자(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당초에는 주민 3분의 2 이상이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하고 구역지정 이후 다시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번 특례조항 신설 이후 신탁사가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직접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기존과 달리 3분의 2 이상 동의만 있으면 신속하게 사업시행자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특례 적용 지역을 일부로 제한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제101조의8에 따르면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인 경우로 한정됐다. 이에 따라 세종(특별자치시), 제주·강원(특별자치도), 경기도 일부 소규모 시·군 정도만 해당되고,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비롯해 주요 6대 광역시는 특례대상에서 빠졌다. 

신탁업계 고위관계자는 "너무 대상을 좁혀버려서 따져보면 실익이 거의 없다"며 "당초 조합 방식 재건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신탁사가 주도하는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취지였는데,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신탁업계 고위관계자는 "주민 3분의 2 동의만 받으면 두 번의 동의 절차 없이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자로 동시 지정된다는 점은 분명 개선된 사항"이라며 "하지만 정작 그 대상이 너무 한정돼 실상은 빈껍데기 수준"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적용대상을 계산해보면 전체 국내 토지의 10% 정도 밖에 안 된다"며 "내부 전략을 수정해 그냥 원래대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례대상이 대폭 제한된 배경에 관해서는 건설사들의 항의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의 주도권이 커지게 되면 그만큼 건설사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된 도정법은 내년 1월 1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