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KB부동산신탁이 하반기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며 실적 향상의 토대를 마련 중이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며 개발신탁 부문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부터는 다시 늘려나가는 분위기다. 특히 자금조달의 부담은 크지만 이익률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 확대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선회했다.

23일 KB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올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다. KB부동산신탁은 그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왔지만 앞으로 정비사업장과 차입형신탁사업장을 늘리기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5월 처음으로 12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한도액을 설정했다. 1200억원 중 550억원은 실제 차입액이며, 나머지 650억원은 차입한도액이다.

이어 7월에는 추가로 20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도 2000억원 중 1000억원은 실제 차입액이며, 나머지 1000억원은 유동성 대응을 위한 차입한도 사전 설정액이다.

두 달간 KB부동산신탁이 늘린 단기차입금 한도액은 총 3200억원이다. 이는 자기자본 3892억원의 82.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KB부동산신탁이 실질적으로 대출을 받은 금액은 1550억원에 그친다. 나머지 1650억원은 유동성 대응을 위해 열어둔 셈이다. 또한 7월 단기차입금 1000억원 중 500억원을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지원키로 했다. 이는 향후 사업의 적극적인 전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유사시 금융지주의 자금지원 가능성은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번 단기차입금 증가가 부실사업장의 확대나 실적 악화로 인한 유동성 공급의 필요성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KB부동산신탁의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수익(매출) 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718억원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영업이익도 올해 상반기 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475억원과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351억원 대비 오히려 3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66%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번 차입금한도 증액이 차입형토지신탁의 확대를 위한 선제적 조치인 만큼 실제 차입형토지신탁 수탁고는 올해 상반기 기준 소폭 늘었다. 지난해 말 차입형토지신탁 수탁고는 1조840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1조3710억원으로 2870억원 증가했다.

도시정비 사업장의 확대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목동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14단지(3100세대)의 사업시행자로 KB부동산신탁이 선정됐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도 KB부동산신탁이 재건축 사업을 맡는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차입형토지신탁의 계약건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금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차입금한도를 미리 늘려놓은 것"라며 "다만 차입형 사업장이라도 자금을 바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경영계획과 시장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