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필에너지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12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1955개 중 99.7%(1949개, 미제시포함)가 공모가 희망밴드(2만6300~3만원)를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다. 의무보유 확약(15일~6개월) 비중도 57.1%(1117개)에 달했다.

필에너지는 공모가를 3만4000원으로 확정하고 오는 5~6일 일반 공모청약(70만3125주)을 진행한다. 이후 청약증거금 환불을 거친 뒤 1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필에너지의 총 공모금액은 956억원으로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최대 공모 규모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3198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필옵틱스의 2차전지 장비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2차전지 조립공정의 핵심 설비인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공정 설비와 스태킹(Stacking) 공정 설비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삼성SDI가 지난 2021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있다.

투자자들은 필에너지가 2차전지 산업 성장과 함께 외형 성장을 지속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 2020년 174억원이었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1897억원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영업이익 16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730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필에너지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으로 레이저 노칭 설비 고도화 및 원통형 2차전지 제조 자동화 신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경쟁력 있고 부가가치 높은 제품으로 차세대 전지 시장을 선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는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아이템이나 기술력 있는 특정 설비 개발에 주력해 차세대 전지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필에너지의 공모흥행과 함께 모회사 필옵틱스와 IPO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우수사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시 물적분할 자회사 IPO에 제동을 거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필옵틱스는 ▲필에너지 상장 후 자사주 매입·소각 ▲필에너지 주식 배당 등 2022~2023년 사업연도 기준 총 160억~220억원 규모 상당의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이 덕분에 필에너지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예심)를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고 공모흥행까지 성공했다. 필옵틱스도 필에너지 상장예심 청구 시점인 지난해 10월 7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이날 기준 1만2800원대까지 오르는 등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금융당국·시장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했고 이번 수요예측에 글로벌 국부펀드의 투자유지를 이끌어내는 등 IPO 전통강자 명성에 걸맞은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 설계와 필옵틱스의 주주환원 노력이 필에너지 IPO 흥행으로 이어졌다"며 "제도 개편 후 첫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만큼, 다른 회사·증권사들의 참고사례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