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프랑스 화학사 아케마에 PI첨단소재를 넘긴다. 매각가는 1조원이다. 지난해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되기도 했지만, 약 6개월 만에 다시 대형 딜을 성사시키며 운용능력을 입증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코리아피아이홀딩스는 보유한 PI첨단소재 지분 전량(54.07%)을 아케마코리아홀딩에 매각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내년 3월 31일까지 국가 간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절차를 마치고 거래를 마무리 하는 게 목표다. 코리아피아이홀딩스는 글랜우드PE가 PI첨단소재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딜이 마무리되면 글랜우드PE는 4년 만에 투자원금의 약 65%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게 된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20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7%씩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약 608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투자 비히클로는 2018년 4500억원 규모로 결성한 1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했다.

이번 매각가에는 경영권프리미엄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PI첨단소재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1000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매각가를 역산하면 주당 6만2982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프리미엄이 약 60%에 달한다. 현재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3만7450원이다.

당초 글랜우드PE는 PI첨단소재 매각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베어링PEA와 1조2750억원(주당 8만300원)에 회사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어링PEA가 6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며 매각은 무산됐다. 시장은 당시 PI첨단소재 주가가 급락하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베어링PEA가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매각이 불발된 이후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다양한 원매자들이 PI첨단소재 매각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랜우드PE는 이들 중 매각 후에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찾았고 아케마를 인수자로 낙점해 협상을 이어왔다.

아케마는 PI첨단소재의 매출 다변화를 이끌어줄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현재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 회사에 머물러 있는 매출 기반을 글로벌로 확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케마는 대부분의 매출이 유럽 및 북미지역 기업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아케마 또한 두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마는 지난해 글랜우드PE가 진행한 PI첨단소재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등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당시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도 올라 막판까지 원매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베어링PEA에 밀려 인수가 좌절됐지만, 결과적으로 6개월 만에 당시보다 더 싼 가격으로 PI첨단소재를 품게 됐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글랜우드PE는 카브아웃(Carve-out)에 특화된 뛰어난 운용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지난 매각 시점 보다 가격은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PE로서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