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의 첫 단추를 꿰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체질개선의 시발점이 될 이천YM물류센터 매각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서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물류센터 투심이 위축돼 있는 터라 제값에 팔기 위한 타이밍을 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주요 자산 가운데 하나인 이천 YM물류센터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AMC(자산관리회사)를 맡고 있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오피스(태평로빌딩‧이수화학 반포사옥‧트윈트리타워) ▲데이터센터(북미DC포트폴리오‧분당Hostway IDC) ▲물류센터(이천Y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이천YM물류센터 청산에 나선 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차원이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향후 2년 안에 3개 자산을 정리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해 놓았다. 올해 안으로 이천YM물류센터를 매각한 뒤 2025년에는 분당HOSTWAY IDC와 태평로빌딩을 청산한다는 복안이다. 전체 6개 자산 목록 가운데 절반이 제외되는 것이다.

대신 중소형급 오피스를 새롭게 편입해 오피스 리츠로서의 색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에 소재한 비(非)프라임급 오피스를 물색 중이다. 이천YM물류센터 매각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의 체질개선을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의 청사진 수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말 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후 매각 절차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않고 있어서다. 두 달 가까이 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숏리스트(적격후보)도 추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YM물류센터 매각이 더딘 양상을 보이는 건 최근 시장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리 상승 여파로 거래 절벽에 직면한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서도 물류센터 상황은 유독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당시 급증한 온라인 판매 수요에 맞춰 물류센터 개발 붐이 일면서 공급과잉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자 우위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업용 부동산서비스 기업인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 새롭게 공급된 물류센터 면적은 50만평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6.6% 가량 증가했다. 

특히 신규 물류센터 대부분이 이천YM물류센터가 자리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50만평 가운데 89%에 해당하는 45만평이 수도권에 공급됐다. 올해 1분기 전국 물류센터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1.2% 하락한 2조1092억원을 기록하게 된 것도 공급과잉이 야기한 결과로 분석된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중 코어(CORE) 자산에 해당하는 오피스 거래도 매마른 상황에서 물류센터 시장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물류센터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밖는 환경 속에서 15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는 이천YM물류센터가 제값을 받고 거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천YM물류센터는 공급이 집중된 냉장형이 아닌 100% 상온시설인 만큼 공급과잉 우려에서 다소 빗겨나 있다"며 "짧은기간 안에 딜(Deal)을 성사시키려하기 보다는 물류센터 투심이 회복될 때까지 긴호흡을 갖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