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KB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 공백을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합병으로 메우고 있다. 기상장된 스팩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신규 스팩 상장으로 수수료 이익을 거두고 있어서다. 하반기 IPO 주관 대열 복귀를 예고한 KB증권이 스팩으로 분위기 반전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은 KB스팩25호는 지난 8~9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459대 1을 기록했다. 총 공모 예정 주식 400만주 중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 300만주에 대한 수요예측 결과다. KB스팩25호는 80억원(공모가 2000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KB증권의 KB스팩24호(320억원, 공모가 1만원)도 이날부터 공모일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3월 기관투자가 외면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규모를 80억원 가량 줄였고 최근 100억원 이상 대형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공모 성사 기대감이 커진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KB스팩26호(100억원)의 상장예비심사(예심)도 청구한 상태다.

KB증권은 올해 4월 KB스팩23호와 세니젠, 지난달에는 22호와 카티스의 스팩 소멸합병 예심을 청구하며 이미 상장된 스팩과 비상장사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장예심 통과와 스팩 주주들의 합병 찬성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합병 후 기업가치(각각 604억, 694억원)를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KB증권은 스팩을 통해 최근 IPO 주관 침묵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를 일부 만회한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 IPO로만 수수료 196억원을 거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유의미한 실적을 쌓지 못했다. 한싹과 에코아이 등 연초 상장예심을 청구한 기업의 심사가 길어진 영향이다.

현재 KB증권은 25호 스팩으로 수수료 1억500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24호도 상장에 성공하면 5억6000만원의 수수료를 거둘 수 있다. 스팩 상장수수료는 전체 규모의 50%를 먼저 받는 구조로 합병 뒤 잔금을 받으면 수익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세니젠과 카티스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자문 수수료, 전환사채(CB)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를 스팩 상장·합병에 집중한 KB증권은 하반기 다수 IPO 딜(Deal)을 준비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KB증권은 현재 기업가치가 조 단위로 거론되는 두산로보틱스 IPO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LS머트리얼즈(코스닥)와 단석산업(코스피) 등의 상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또, 그간 대어급 IPO에 집중됐던 트랙 레코드를 다변화하기 위해 중·소형기업을 중심으로 후속 딜 수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20개에 달하는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는 게 목표다. IPO 주관 공백기에 버팀목이 된 스팩 상장·합병도 꾸준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은 지난해 주식시장 불확실성과 함께 IPO 주관을 맡은 일부 대형 딜이 해당 기업의 내부사정으로 연기되면서 잠잠한 상반기를 보냈다"며 "꾸준하게 중·소형기업의 상장예심을 청구하고 있고 하반기 후속 주자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연말에는 저력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