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 마덱스)에 부스를 차린 한화오션은 사명 뒤에 '정통 수상함의 명가 한화오션'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새 사명을 달고 참가하는 첫 대외 행사인 만큼, 각오도 대단했다. 경쟁사 HD현대중공업은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어록을 새겼다. 창업주 정신으로 무장한 현대중공업은 수상함 분야 1위라는 정통성으로 맞섰다.

특수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남짓이기 때문에 방위산업은 두 회사의 주 무대가 아니다. 2년 마다 열리는 전시회에 매번 참가하지만, 올해만큼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었다며 업계에선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회사의 부스가 나란히 설치됐기 때문에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부스 중앙에 설치한 군함 모형이 발길을 끌었다. 특히 수상함을 집중 배치하면서 그야말로 '수상함 대전'이라 해도 무방했다.

한화오션은 해외 언론에 잠수함을 주력으로 내세워 소개하면서도 국내 언론에는 수상함을 내밀었다. 실제 이날 해외 군사전문 언론 몇 곳이 한화오션 부스를 찾았는데, 잠수함 모형 주변을 돌며 집중 취재했다. 

잠수함 1위 한화오션이 국내에는 수상함을 주력으로 홍보한 것은 이달 말 진행하는 호위함 입찰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특수선사업 담당 임원은 "입찰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목숨 걸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시장에 해군,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방문할 것을 고려해 부스 중앙에는 울산급 배치-3 호위함 모형을 설치했다.

울산급 배치-3의 1번함을 따낸 HD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전시했다. KDDX 사업은 내년 상세설계와 함건조 수주전이 예정돼 있어, 두 회사가 한번 더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한국형 항공모함을 전시해 전 함정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자란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항공모함 모형 뒤에 설치한 화면에는 바다 위를 가르는 항공모함을 원해경비함들이 둘러싸고 하늘에는 전투기들이 날아다니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여줘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양사의 CEO들도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화오션의 경우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부스를 찾아 기자회견 현장을 방불케했다. 이날 오전 거제 조선소까지 방문해 직원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김 부회장이 떠난 자리는 한화오션 대표가 채웠다. 특히 이날 권혁웅 대표는 방문 계획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야말로 깜짝 방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한영석 부회장이 마덱스 현장을 찾았다. 밥콕 캐나다와 잠수함 수출 협약식을 마덱스 부스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린 것이다. 한 부회장은 협약식 이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특수선사업부 임원의 설명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