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풀무원그룹이 해외사업 중 가장 공을 들인 미국법인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추진해온 과감한 시설투자와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노력 등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선제적으로 투자한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핵심제품인 아시안 누들이 현지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연내 적자사슬을 끊어내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풀무원그룹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올해 1분기 매출액 95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대비 22% 성장했다. 분기매출 1000억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풀무원그룹은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가지고 있는데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인 약 55% 안팎이 미국법인에서 창출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작년 1분기 50억원에서 22%나 줄이며 본격적인 흑자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풀무원은 주력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을 통해 1991년 가장 먼저 미국에 해외거점을 마련했다. 당시 풀무원의 미국 진출은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 둔화와 치열한 업체간 경쟁을 벗어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었다. 현재 풀무원USA는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풀무원그룹은 한국식품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시장에 진출 초기부터 상당한 투자를 지속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실제 2004년 현지 콩가공 식품회사인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Wildwood Natural Foods)를 인수하며 성장기반을 다졌고, 2009년에는 냉장파스타와 조리식품, 소스 등을 제조하는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Monterey Gourmet Foods)를 합병해 제품군을 다양화시켰다. 2016년에도 미국 두부시장 1위 기업인 비타소이(Vitasoy) 두부사업권을 인수하며 66.2%(2022년 말 기준)에 육박하는 독보적인 현지시장 점유율을 가져왔다.

지난해 역시 모회사인 풀무원식품의 실탄 지원은 이어졌다. 풀무원식품은 작년 상반기 지분 추가취득 형식으로 미국법인에 343억원을 지원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작년 한 해에만 총 45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한 셈이다.

미국법인은 모회사의 투자를 바탕으로 자체 운영비용 외에 올해 중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 아이어 두부공장 증설을 추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앞서 미국법인은 2021년에 약 4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풀러튼 두부공장 라인 증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월평균 200만모를 추가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간 미국법인은 초기 투자를 위한 자본 출혈과 현지 연착륙을 위한 과정 속에서 적자구조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현지 생산량 증대와 사업다각화 등이 자리를 잡으며 점진적인 수익 개선에 속도가 나고 있다.

특히 미국사업의 핵심 축인 아시안 누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풀무원 프리미엄 생면 기술을 활용한 아시안 누들 제품은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풀무원USA의 아시안 누들의 작년 매출은 7220만달러(한화 약 912억원)로 전년 대비 약 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저가형 건면과 냉동면 위주였던 미국 아시안 누들시장에 풀무원이 2015년 야심 차게 내놓은 제품이다. 프리미엄 냉장 생면으로 맛과 조리 편의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연평균 46.7%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불과 7년 사이에 연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풀무원식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내 현지 증설을 통해 영역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길로이에 있는 생면공장의 면과 포장재 설비를 증설해 매출 성장과 함께 물류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까지 잡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아시안 누들은 완제품과 반제품을 국내에서 수출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풀무원 미국사업의 경우 현지 생산능력 확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시안 푸드 라인 본격 가동과 현지 생산시스템 최적화가 더해지며 2분기 순익분기점 돌파가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국내사업은 수익성을 고려한 신규채널 공략에 집중하고 해외사업은 원가구조 개선과 적극적 판매가격 인상을 실행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시장의 경우 현지 생산능력 확보를 통해 기존 제품 수출에 따른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전통 아시안 메뉴를 기반으로 전략적인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