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때 허수 청약을 단행한 기관들은 앞으로 공모주 물량 자체를 배정받지 못하는 제재를 받는다. 또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향후 IPO 참여가 제한되는 불이익도 받게 될 예정이다. 

◆ 허수 청약시 공모주 배정 금지...다른 IPO 참여 제한

금융투자협회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인수업무규정)'과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을 자율규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IPO 시장 건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청약 경쟁률이 과장되는 것을 막고,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가 적정하게 산정(가격발견 기능)될 수 있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일단 허수 청약에 나선 기관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방안이 마련됐다. 공모주 배정 자체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또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이후 다른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일정 기간  제한받는다. 공모주 배정 금지 조치는 오는 7월부터,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 지정은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허수청약은 기관들의 주식대금(주금) 납입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될 예정이다. 관련 업무는 주관사(증권사)가 맡는다. 기관들로부터 증빙 자료를 제출받고 이를 관리, 통제할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이번 개정 과정에서 마련된 것이다. 

주관사는 기관들의 투자 형태에 따라 주금 납입 능력을 달리 평가할 예정이다. 고유재산(자기계정)으로 투자한 기관투자자의 경우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주금 납입 능력을 평가받는다. 위탁재산(펀드)을 통해 청약에 참여한 기관의 경우 해당 수요예측에 활용된 펀드의 자산총액(AUM) 합계액을 기준으로 주금 납입 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 수요예측 '5영업일' 권장, 가격 결정 기능 복원 '총력' 

수요예측 기능을 정상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도 잇따라 마련됐다. 수요예측 기간을 5영업일 이상 진행하도록 명문화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2영업일간 진행됐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적정 공모가가 청약 주문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단 기업의 자금수요 일정, 시장 상황, 공모 규모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요예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요예측에서 가격을 미제시한 기관에게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 또한 기관들이 공모가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요예측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된 조치다.

향후 금융투자협회는 인수업무규정 및 모범기준 개정에 대한 업계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실무 질의응답(Q＆A)도 배포한다. 

이봉헌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이번 제도 개정은 IPO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IPO시장에서 (청약 경쟁률) 거품이 다소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IPO 기업의 주가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원칙이 도입된 것이다. 또 올해말 일몰 예정인 벤처기업투자신탁(코스닥벤처펀드)과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공모주 우선배정 적용기한을 2년 연장하는 조치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