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미용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을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루트로닉측은 최대주주인 황해령 대표가 "타기업 인수를 하면 했지 매각 생각은 없다"며 회사 매각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루트로닉은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미국계 베인캐피탈, 미국계 칼라일그룹 등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회사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설이 불거졌다.

루트로닉은 1997년 설립 후 레이저 의료기기를 기반으로 라디오프리퀀시(RF), 발광다이오드(LED) 등 에너지원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 대리점과 개인 병원, 종합 병원 등이 매출처다. 레이저 소스, 전원 공급 장치, 제어 시스템 등 설계 기술을 비롯해 여러 핵심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발표한 논문과 지식재산권(IP)은 각각 423건, 741건에 이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42억원, 영업이익 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86%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52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63% 늘었다.

루트로닉의 최대주주는 작년말 기준 황해령 대표(19.42%)이며, 특수관계인 3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약 20%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사모펀드들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증자, 공개매수 방식 등을 통해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루트로닉은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물론 베인캐피탈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더존비즈온 투자와 더불어 클래시스의 경영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사모펀드 운용사다. 베인캐피탈은 루트로닉과 같은 업종에 있는 클래시스를 지난해 1월 약 67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베인캐피탈은 클래시스와의 시너지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인수한 클래시스의 고주파 의료기기와 루트로닉의 레이저 의료기기를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트로닉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가총액이 24일 종가 기준 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루트로닉의 기업가치를 1조2000억~1조5000억원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50% 정도 부여한 것은 가격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매각설에 대해 루트로닉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접촉은 회사의 단순한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황 대표를 비롯해 내부적으로 매각설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되려면 당사 승인 하에 재무실사(FDD)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