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50%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중국 내 생산거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의존도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제품이다. 최근 미중 패권 다툼 등 안보 논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기조가 만연해진 만큼,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우리나라 무역구조에 있어 중장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불확실성의 시대, 한국 수출기업 중국 관련 리스크 점검'을 주제 발표에서 "최근 미중 패권 다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반도체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위상이 위축되고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무역구조에 있어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최근 한국 수출 부진의 원인을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40%로 나타났다. 우회 경로로 활용되는 홍콩을 포함하면 중국 의존도는 약 50%까지 상승한다. 이는 제조업 평균 중국 수출 의존도(23%)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디스플레이(60%), 석유화학(38%) 등 국내 주력업종의 중국 수출 의존도도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다. 

이에 힘입어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지난해에도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출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문제는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중국 시장 내 한국 제조업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01년 이후 최저치인 7%로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디스플레이 수출 감소, 2차전지 원재료 수입증가 등으로 대중 무역수지는 2022년 10월부터는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미국이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대중 규제에 나선 만큼 갈등구조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업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되겠다"고 전망했다. 

한신평은 주력 수출 제품의 포트폴리오가 시황에 민감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대표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사업을 꾸린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 여파로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대만과 한국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13년 250억달러(약 33조원)에 불과하던 격차는 지난해 770억달러(약 102조원)까지 커졌다.

석유화학도 지난해 경기 부진에 직격타를 맞았다. 여기에 최근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중국 내 관련 제품에 대한 자급률을 높인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 업체와 중국 업체들의 경쟁 강도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 내 자급화로 무역수지 악화가 현실로 다가온 사례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실시했다. 이 결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 철수했다. 

강 연구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도 전방수요 회복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경기회복 여부와 별개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변화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중기적 관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