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지금 (대창기업) 현장 공사가 중단돼서 다른 일꾼들도 다 짐을 싸서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18일 오전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일원에 조성 중인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 현장에서 나오던 근로자가 한 말이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날씨였지만, 신경주역 인근 개발사업장은 분주했다. 현장 근로자와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며 공사 현장 문이 열고 닫히길 반복했지만,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 현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창기업은 1953년 설립한 안양 소재 중견 건설사다. 아파트 브랜드 줌(ZOOM)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09위다. 해당 사업장은 대창기업 자체사업장으로 시행과 시공을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창기업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곧 이어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 현장은 지난 10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이 사업장은 현재 1~5층 골조공사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4월 초 기준 공정률은 25% 수준이다.

공사가 멈추며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다.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 근로자 A씨는 "대창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현재 이 공사 현장은 멈춰 있는 상태"라며 "인부들은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창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 최근이지만, 인근에서는 대창건설 현장이 어렵다는 소식이 수개월전부터 흘러나왔다고 한다. 대창기업 공사 현장 인근에서 유독 시위가 많이 일어났으며,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 등의 소문도 돌았다는 것이다.

신경주역세권 개발사업 근로자 B씨는 "신경주역세권 개발사업장 내 다른 현장은 조용했지만, 유독 노조들이 대창기업 공사 현장 주변에서 시위를 많이 진행했다"며 "공사 현장 반장을 통해서 들었는데 대창기업이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연 30%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창기업은 지난해부터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3508억원으로 전년(2610억원) 대비 34.4%(898억원)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4억원에서 61억원으로 77.7%(213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5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데 이어 재무상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0년 대창기업의 미청구공사는 151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227억원으로 올랐고 2022년에는 506억원까지 치솟았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은 반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대창기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8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3억원)을 더한다고 해도 5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창기업의 단기차입금은 126억원에 달해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유동성장기부채(20억원)과 유동성사채(40억원)까지 더해진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창기업이 분양했을 당시 경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이 잘 되지 않았다"며 "충분한 분양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