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혹한기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모태펀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루키(신생) 벤처캐피탈 육성과 투자 촉진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12일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오너스GC에서 '벤처투자 혹한기 펀딩·회수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딜사이트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사진)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벤처 생태계 자금 경색이 심화됐다"며 "정부와 모태펀드가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정욱 실장은 지난해 기록적인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탓에 글로벌 벤처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년 대비 한국은 12%, 미국은 30%, 이스라엘은 40% 감소한 벤처투자 집행 실적을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임 실장은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치인 5%까지 인상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스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유한책임조합원(LP)들의 출자 심리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태펀드가 준비하고 있는 출자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실장은 "올해 모태펀드는 1조1000억원을 출자해 2조원 규모 이상의 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중기부는 이 가운데 6640억원가량을 투입해 초격차, 창업초기, 여성기업, 세컨더리 분야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들에 제공할 당근책도 내놨다. 투자목표율 달성 여부에 따라 관리·성과보수를 추가 지급하는 '투자목표 연계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운용자산(AUM) 규모가 큰 벤처캐피탈보다는 루키 벤처캐피탈들의 성장에 초점을 두겠다고도 강조했다.

임 실장은 "투자금 소진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투자목표율을 빠르게 달성하는 운용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관리보수 지급기준을 개선해 투자 촉진을 독려할 계획"이라며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루키 벤처캐피탈 육성에도 힘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전을 기대했다. 그는 "투자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벤처캐피탈들의 투자금 집행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하반기에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