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카카오의 블록체인 지갑 '클립(Klip)' 서비스가 주말 동안 장애를 겪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클레이튼 블록체인과 클립 및 KAS(Klaytn API Service) 서비스 운영 업체가 각각 달라 제 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먹통사태 파악도 못한 그라운드엑스, 클레이튼 재단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클립을 통한 대체불가능한토큰(NFT)전송이 1~4시간씩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19일에는 전송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틀 동안 지갑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음에도 클립을 운영하는 그라운드엑스와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클레이튼 재단 측은 월요일까지 해당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카카오와 클립에는 서비스 장애 관련 아무런 공지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일부 클레이튼 기반 NFT 프로젝트는 애플리케이션과 클립 지갑을 연동해 사용한다. 이 때문에 클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프로젝트 앱도 같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한 클레이튼 기반 NFT 프로젝트는 공지사항을 통해 "(토요일부터)클립 지갑 및 KAS(Klaytn API Service)와 연동한 자체 서비스 지갑에서 NFT의 전송과 관련된 오류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며 "현재 팀에서 파악 결과 온체인 상에서는 전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나 클립 지갑 오류로 NFT 송수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주말 사이 NFT가 대량으로 민팅(NFT 발행)되면서 클레이튼 API 서비스에서 이를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패치를 통해서 향후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제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이나 클립 지갑의 문제가 아니라 KAS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클립 서비스 장애로 인해 NFT 전송을 제 때 하지 못했다고 밝힌 한 NFT 보유자는 "주말 내내 NFT 프로젝트 측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프로젝트 문제가 아니라 클립 자체의 문제라서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라며 "NFT는 제 때 사고파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응이 빨랐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 책임 소재 가리기 어려운 구조…대응 늦어져

현재 클립 서비스는 그라운드엑스가 담당하고 있다. 그라운드엑스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클레이튼 사업 전반을 책임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클레이튼 사업은 카카오의 싱가포르 자회사 크러스트가 담당했으며, 이달 1일부터는 클레이튼 재단이 모두 이관받았다. KAS도 클레이튼 재단이 맡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라운드엑스가 담당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클레이튼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두고 여러 업체가 분담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직접 KAS를 담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클레이튼 API 서비스는 클레이튼 플랫폼을 활용하지만, 개발자들이나 기업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기능을 API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라서 그라운드엑스가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클레이튼 재단 관계자 역시 "클레이튼은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고안됐다. 때문에 클레이튼 상에서 엔드 포인트 RPC(Remote Procedure Call, 원격 절차 호출)는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UX 최적화, 네트워크 안정성을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 경험이 있는 제3자들이 주로 운영한다. KAS 역시 End Point RPC 중 한 개이기 때문에 그라운드엑스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클립은 카카오톡의 유일한 지갑서비스다. 그라운드엑스와 클레이튼 재단의 경우 법인은 다르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위해 카카오라는 한 몸으로 묶여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진행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양 사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다. 일반 이용자로서는 정확히 어느 업체에서 어느 서비스를 어디에서 담당하는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특히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된다. 

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업체 관계자는 "어느 서버에서나 RPC 문제는 종종 발생한다. 클레이튼은 퍼블릭 블록체인인데 얼마나 많은 과부하가 결렸길래 이와 같은 문제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며 "대응이 너무 늦어진 데다 그라운드엑스와 클레이튼, 카카오톡 중 어느 곳도 장애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