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한진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또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곧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오너일가와 소액주주들의 표대결 가능성이 커져서다. 현재 ㈜한진 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함께 오너 리스크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한진이 주총 안건에 '물컵갑질', '외국인 등기이사'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 에밀리 리(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사장(사진)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기 때문이다.

23일 열릴 ㈜한진 정기주주총회에선 감사 및 영업보고와 함께 노삼석 대표,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들 안건 가운데 '뜨거운 감자'로 떠 오른 건 조 사장의 이사회 입성 여부다. 현재 ㈜한진의 소액주주 다수는 해당 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된 데 더해 17일 종가가 2만원 밑(1만9610원)으로 하락, 52주 신저가(1만9150원)에 근접하는 등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이날 기준 ㈜한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로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한진 A주주는 "최근 회사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관리가 안 되는 건 짠물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이 미미한 데다 스스로 오너 리스크를 부각한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사장은 사내에서 주로 비용을 지출하는 역할이지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보지도 못하지 않았나"라며 "최근 ㈜한진 소액주주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커뮤니티에서 종목 모임을 만드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상태로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 안건에 반대표가 꽤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실제 해당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반대세력을 찍어 누를 지배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의결권 행사 기준일인 작년 말 ㈜한진의 주주구성을 보면 모회사 한진칼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의결권 행사가능 지분은 28.4%에 그친다. 협력관계인 GS리테일(6.8%)이 우호세력으로 거론되긴 하나 조 사장이 기업가치 훼손전력을 지닌 만큼 그의 이사 선임건을 대놓고 찬성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안건에 반대할 만한 주식은 오너일가 지분을 압도한다. 우선 ㈜한진과 표대결 전력이 있는 2대 주주 에이치와이케이(現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는 10.1%(146만주)의 의결권을 보유했고 소액주주 몫은 47%(680만주)에 달한다. 에이치와이케이와 소액주주 가운데 40% 가량만 반대해도 조 이사의 이사회 입성이 좌절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은 주주총회마다 지분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한진 오너일가가 의결권 확대에 '수'를 쓰지 않겠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3.2%의 자사주를 상호주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꼽히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한진그룹의 우호세력이 보유할 경우에는 찬성표를 행사할 수 있다. 별다른 비용 없이 오너 측 의결권을 31.7%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한진은 앞서서도 '상호주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진은 1998년부터 GS홈쇼핑(現 GS리테일) 주식을 보유 중이었는데 2019년에 오너일가가 故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250억원 규모의 ㈜한진 주식을 GS홈쇼핑에 매각한 것. 이를 두고 양사는 사업협력 차원이란 입장을 밝혔고 재계는 GS홈쇼핑이 지배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 ㈜한진의 백기사가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한진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호주 취득 등 자사주를 활용할 방안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