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업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를 몰고 온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SVB 투자 비중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종목의 평가금액 상각을 통해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있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은 SVB 처리 방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82개의 ETF 가운데 SVB 관련 종목에 투자한 ETF는 4종이다. 운용사별로  ▲KB자산운용 1종(KBSTAR 미국S&P500) ▲한화자산운용 2종(ARIRANG 미국S&P500(H)‧ARIRANG 미국S&P500) ▲NH아문디자산운용 1종(HANARO 미국S&P500)씩이다.

4종의 ETF에는 최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인해 파산을 선언한 SVB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SVB Financial Group)이 구성종목(PDF)에 담겨있다. 이들 ETF는 S&P500 지수(Index)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ETF라는 공통점이 있다. S&P500 지수에 SVB파이낸셜그룹이 포함돼 있다보니 자연스레 관련 종목에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SVB파이낸셜그룹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로 미미한 편이다.

이 외에도 SVB파이낸셜그룹이 포함된 S&P500을 추종하는 ETF는 8종이 더 있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1종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1종 ▲신한자산운용 SOL 1종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1종 ▲키움투자자산운용 KOSEF 2종 ▲우리자산운용 WOORI 1종 ▲타임폴리오자산운용 TIMEFOLIO 1종 등이었지만, 현재 이들 ETF 포트폴리오에서 SVB파이낸셜그룹은 빠져 있다. 실제로 S&P500 ETF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많은 'TIGER 미국 S&P500'(1조7297억원)의 경우, 전체 502개의 투자처 가운데 SVB는 구성종목에서 빠져있다. 나머지 7개 ETF 역시 마찬가지다.

S&P500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별 포트폴리오가 차이를 보이는 건 운용사가 SVB 사태를 선제적으로 대응했는지 여부에 따라 나뉘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SVB파이낸셜그룹이 제외된 ETF의 경우 SVB파이낸셜그룹의 매매거래가 정지됨에 따라 해당 종목의 평가가격을 '0'달러로 조정해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16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SVB파이낸셜그룹의 주당 가격을 상각처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VB 사태의 파장을 고려해 투자 비중과는 무관하게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활동에 나선 셈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SVB파이낸셜그룹의 주식은 FDIC가 SVB의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돼 향후 거래 재개가 불확실한 상태로 파악된다"며 "또한 장외시장에서도 매각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최근 시장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평가가격을 재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SVB파이낸셜그룹을 ETF에 담고 있는 곳들도 선행적 조치를 취한 운용사를 뒤따를 전망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BSTAR 미국S&P500의 구성종목에 포함돼 있는 SVB파이낸셜그룹을 상각하고 이를 자산 구성내역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 또한 "SVB파이낸셜그룹의 평가가격을 재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한화자산운용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RIRANG 미국S&P500(H)과 ARIRANG 미국S&P500에 담긴 SVB 종목의 존속과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