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도입해 은행권 경쟁 촉진에 나서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 인터넷은행 활성화 방안이 거론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미국 내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검토 중이었던 특화은행 도입 방안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돈 잔치'와 과점체제를 지적하자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스몰라이센스와 챌린저 뱅크 등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3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 1차 회의에서는 스몰라이센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과 관련, 필요시 자본금 규제 등을 지방·인터넷은행 수준인 250억원으로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요건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해당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특화은행 허용 사례와 함께 SVB은행을 언급했다. 당시 실무작업반 논의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미국 SVB에 대해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당국이 특화은행을 검토하면서 참고한 해외 은행에 SVB은행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VB사태는 특정 고객이나 산업에 고객이 집중된 은행들의 리스크 분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대안으로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검토하는 방식 대신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활성화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해 완화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를 방문해 "국내 은행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엄격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조정과 관련해서도 "개선책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등의 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 활성화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서 열린 TF 회의에서 인터넷은행 관련 언급이 없었고, 당국이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도 뚜렷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만큼 정해진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