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종금리 수준을 높일 것으로 시사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한은도 추가적인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12.9bp(1bp=0.01%포인트) 오른 3.855%를 기록했다. 전날(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 상향조정을 예고하면서 시장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을 무참히 짓누른 영향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종적인 금리 수준은 이전에 전망한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3.5%)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을 때도 하락세를 보였던 채권시장이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는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국고채는 3년물을 필두로 ▲1년물(3bp) ▲2년물(11.7bp) ▲5년물(10.3bp) ▲10년물(5.9bp) ▲20년물(2.6bp) ▲30년물(2.7bp) ▲50년물(2.7bp) 등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연초효과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회사채 시장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통상 3월은 사업보고서 제출과 정기 주주총회 등이 몰려있어 회사채 발행이 주춤해지는 '계절적 비수기'다. 여기에 불안정한 금리 흐름까지 나타나면서 투심 위축도 불가피해졌다. 이날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신용등급 AA- 3년물은 12.4bp 오른 4.534%를 기록, 4.081%를 나타냈던 지난달 초에 비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BB- 등급의 3년물 금리는 10.955%로 올라서 11%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준은 이달 21~22일 진행되는 FOMC 회의에서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달 FOMC 회의에서 새로 공개될 점도표의 올해 금리 전망치도 지난해 12월(5.00~5.25%)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에 가깝게 떨어뜨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6%로 올린 뒤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와 한은은 수차례에 걸쳐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불안정한 환율과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 빠지고 있는 상황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3.5%)와 미국(4.5~4.75%)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연준이 이달 빅스텝에 나서면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커질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가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