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됐다. 여권이 '그들만의 리그'라며 KT 출신 대표 선임을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KT 이사회는 계획대로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강행했다. 최종 관문인 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찬반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이날 윤 사장을 비롯해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4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고심 끝에 윤 사장을 주주총회에 올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윤 사장은 3차례나 KT 입사에 성공한 인물이다. 2006년 상무 직급인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KT와 처음 인연을 맺으나 2010년 CJ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윤 사장은 CJ 기획팀장 부사장,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부사장을 거쳐 2014년 다시 KT로 돌아왔다. 그러나 2019년 또 퇴사해 현대자동차로 이직했다가 지난 2021년 9월 구현모 대표의 부름을 받고 다시 KT에 합류했다. 

현재 윤 사장은 CEO 직속 부서인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 각 그룹사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디지코 전략을 지원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CJ ENM '티빙'과 KT '시즌'의 OTT 통합을 이끄는 과정에서도 윤 사장이 주춧돌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사장은 KT 대표이사 후보 선정과 관련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소감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보다 구체적인 경영 방향과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윤 사장이 구 대표의 뒤를 이어 디지코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장 자리에 앉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KT 출신 대표 선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4명이 전·현직 임원 출신이라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정부와 여권의 의견을 반영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은 10.4%다.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 KT와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은 기업들이 찬성표를 던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이 국민연금의 반대를 무릅쓰고 KT의 편을 들어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로 확정했다"며 "장장 3개월에 걸쳐 KT가 온갖 수모를 겪은 끝에 이루어진 이 결정이 또다른 리스크의 시작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